영화의 매력은 작품 안에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확장된다는 점 아닐까요. 좋은 영화 한 편이 촉발한 감상과 의미를 다른 분야의 예술과 접목해 풀어보고자 합니다. ‘환승연예’는 영화, 음악, 도서, 미술 등 대중예술의 여러 분야를 경계 없이 넘나들며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예술적 재능은 이중적이다. 그것은 사람에게 인생을 걸어 몰두할 만큼의 열정을 주면서도, 한편으론 평범한 감각을 잃게 하곤 한다. 누군가는 그의 재능에 맹목적으로 기대고, 다른 누군가는 그 재능이 만들어낸 결과물 때문에 불행해진다. 남들보다 섬세하게 세상을 보고 그것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능력을 가졌던, ‘파벨만스’는 형벌같은 재능을 짊어지고 성장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파벨만스’에서 주인공 새미(가브리엘 라벨)는 극장에 처음 간 날 이후 영화에 매료되고, 아빠 버트(폴 다노)의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세상을 기록한다는 것은 때로 몰라도 됐을 사실, 마주보지 않아도 됐을 감정과 마주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세계적 명성을 안긴 ‘죠스’(1978)를 비롯해 ‘환상 특급’(1983), ‘인디아나 존스’(1985) 시리즈, ‘우주전쟁’(2005) 등 스케일이 큰 SF 블록버스터로 명성을 쌓았으나 그의 작품엔 단순히 볼거리만 있는 게 아니다. ‘E.T.’(1984), ‘A.I.’(2001)처럼 SF적 요소 속에 감성적인 부분을 잘 버무려내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나 ‘터미널’(2004)처럼 어떤 거대한 흐름 속에 있는 개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는 게 스티븐 스필버그 스타일이다.
새미가 영화에 대한 재능을 발견한 뒤 여러 고민과 괴로움 속에도 계속해서 꿈과 능력을 키워나가는 ‘파벨만스’를 보고 있노라면, 거대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세계 속에서 느껴지던 특유의 따뜻함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폭탄이 터지고 피가 흐르는 장면만 잘 살린다고 훌륭한 전쟁 영화가 아니듯이, 외계인의 형상을 그럴듯하게 구현하는 데만 신경 썼다면 ‘E.T.’가 명작이 될 수 없었듯이, 천재 스티븐 스필버그가 품어왔던 재능의 무게와 인간적 고뇌가 ‘파벨만스’에 잘 담겨 있다.
거듭되는 고민 속에 영화라는 꿈을 짜올린 거장의 이야기. ‘파벨만스’를 보고 나면 왠지 스티븐 스필버그의 지난 작품들이 떠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