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3차전 부산 BNK썸과 아산 우리은행의 경기가 23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우리은행 김단비가 BNK썸 진안의 마크를 받으며 돌파하고있다. 부산=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긴 시간이 지났다. '레알 신한' 왕조의 막내였던 김단비(33·아산 우리은행)가 11시즌 만에 드디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가장 높은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우리은행은 23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3시즌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부산 BNK를 64-57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구단 10번째 통합 우승, 12번째 챔프전 우승이다.
정규리그 25승 5패로 완벽하게 마쳤던 우리은행은 봄 농구에서도 흠잡을 곳 없는 농구를 펼쳤다. 플레이오프와 챔프전까지 전승을 거두며 파죽지세로 정상에 올랐다.
무려 5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이다. 5년 만의 우승을 거두게 만든 주인공이 김단비다. 인천 신한은행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그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자유계약선수)로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 김단비도 우승에 목이 말랐고, 우리은행도 KB를 넘어설 카드로 그가 필요했다.
김단비는 정규리그 주요 기록 5개 부문에서 모두 5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고, WKBL이 산정한 공헌도(10.57.35)에서 전체 1위에 올랐다. 정규리그 1, 2, 4라운드 MVP를 거머쥐었고, 우리은행의 압도적인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시즌 후 시상식에서는 정규리그 MVP와 베스트5(포워드) 등 5관왕을 수상했다.
다만 김단비는 챔피언결정전에서만큼은 활약을 자신하지 않았다. 낯선 무대였기 때문이다. 그는 정규리그 MVP 수상 후 "챔프전 경험이 어릴 때나 많았지, 지금은 너무 낯설다. 박혜진과 김정은 언니에게 살짝 빌붙어야 할 것 같다"고 웃으면서 "이기는 게 먼저다. 쉽게 긴장하는 편인데 덜 긴장하고 팀이 승리하는 데에만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남겼다.
그러나 챔프전에서도 김단비는 김단비였다. 위성우 감독은 우승 후 "사실 김단비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고 밝혔지만, 김단비는 제 몫을 해냈다. 1차전 23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 1스틸 1블록을 기록하며 코트를 압도했다. 1쿼터에만 11점을 내는 등 통합우승을 향해 전력질주했다.
이어 2차전에도 20점을 냈다. 1차전 후 위성우 감독이 페이스 조절을 주문하자 MVP답게 100% 수행했다. 그에 맞게 2쿼터부터 돌파 득점과 골밑 득점을 올리고, 3쿼터에 3점슛, 스틸, 레이업슛을 연달아 터뜨리는 등 경기 중후반의 키플레이어가 됐다.
3차전에서는 12점으로 앞선 경기들보다는 다소 비중이 떨어졌지만, BNK가 추격하려던 막판 30.5초를 남겨놓고 우승을 결정짓는 드라이브인 성공으로 우승을 향한 쐐기를 확실하게 박아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걸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1라운드 MVP였고, 정규리그 MVP였던 그가 챔프전 MVP까지 따냈다. 2022~23 여자프로농구의 시작부터 끝까지 무대의 주인공은 모두 김단비였다.
김단비는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신한은행 때는 언니들 따라 아무것도 모르고 했다. 지금은 내가 주가 되고, 고참이 돼 나이먹은 선수로 우승을 하니 뭔가 더 가슴이 벅차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우리은행 선수들이 가장 생각난다. 옆에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 이런 웃음을 만끽할 수 있었을까, MVP를 탈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며 "우승해서 눈물이 난다기보다 선수들의 얼굴을 보니 눈물이 나더라. (고)아라 언니가 이번 시즌 얼마나 아픈 몸을 이끌고 했는지 알고 (김)정은 언니도, (박)혜진이도, (최)이샘이도, (박)지현이도 그리고 모든 선수들이 다 잘해줬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공을 돌렸다.
김단비는 "이렇게 우승하고 MVP를 탔다고 끝이 아니다. 선수들과 팀 덕분에 높이 올라왔는데, 더 올라갈 곳은 없을지 몰라도 (정상의 성적을) 더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 올해로 마지막이 아닌 다음 시즌 더 발전하는 선수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