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자신의 전기를 다룬 영화 '파벨만스' 스틸. 사진=CJ ENM ‘시네마 천국’은 유명한 영화 제작자가 된 주인공이 고향에 내려와 어렸을 적 마을의 영화관과 관련된 추억을 감동적으로 전하는 영화다. 음악감독 엔리오 모리꼬네의 OST는 눈을 감고 들어도 내가 주인공 토토가 된 듯 추억에 잠기게 한다. 22일 개봉한 ‘파벨만스’는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자신의 시네마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감독의 가족사를 관객과 공유하며, 영화를 어떻게 만났는지 어떻게 영화감독을 꿈꾸게 되었는지가 마치 회고록을 읽듯 전개된다.
스필버그 감독의 아버지인 아놀드 스필버그는 영화 속 새미(가브리엘 라벨)의 아버지처럼 실제로 컴퓨터 엔지니어였고, 스필버그는 아버지 근무지 이동으로 자주 이사를 다녔다고 한다. 조용한 성격이었던 그는 어머니 레아 애들러가 사준 비디오카메라로 12살 때 8mm 단편영화를 만들었고, 14살 때는 ’도피할 수 없는 탈출‘이라는 40분짜리 전쟁영화를 만들었다. 어렸을 적부터 영화 연출을 했는데, 가족들이 배우로 출연한 영화도 있고, 500달러를 들여 ‘불꽃’이라는 영화를 만들어 동네극장에서 개봉했던 적도 있다. 청소년 시기에 친구들과 캠프를 갔을 때 찍은 영화도 있다. 부모님이 이혼하게 되자 스필버그는 이혼한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고 하며, 캘리포니아 분교 영화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중퇴하고, 영화계에 직접 뛰어들었다. 이 같은 실제 내용들이 ‘파벨만스’에 그대로 담겼다.
영화에서는 물론 주인공 이름들은 바뀌어 있다. 난생 처음 극장에서 스크린을 마주한 순간부터 영화와 사랑에 빠진 어린 새미는 아버지 버트(폴 다노)의 8mm 카메라를 들고 일상의 모든 순간을 담기 위해 열중한다. 가족캠프 중 가족영화를 만들던 새미는 편집을 하던 중 우연히 필름에 포착된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되고 충격에 휩싸인다. 영화는 우리가 일상에서 놓쳤던 안 봐도 될 진실까지 드러낸다는 점에 충격받은 새미는 막 재능이 꽃피려던 순간 영화찍기를 그만두고자 한다. 그러나 예술을 중요하게 여기던 어머니 미치(미셸 윌리엄스)가 그의 재능을 부추기자 심리적 위기를 극복하고 본격적으로 영화 찍는 일에 매진하게 된다. 자신의 전기를 다룬 영화 '파벨만스'를 연출하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사진=CJ ENM 이 영화는 스필버그 감독의 실제 부모님 이야기가 반영됐기 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나 찍을 수 있었다고 한다. 엔지니어였던 아버지는 영화찍는 새미의 작업을 항상 취미라고 말했지만, 피아노도 잘 치고 춤추기도 좋아하며 감수성이 남달리 뛰어났던 어머니는 늘 새미의 예술적 재능을 격려해 주었다. 어머니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주부로서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했던 앙금이 가슴 속에 있었다. 예술적 재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어머니 미치의 삶은 비극적이다. 토네이도가 마을 근처에 발생했을 때도 호기심과 모험심 많은 미치는 토네이도를 좀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사람들이 모두 대피하는 장소를 뚫고 토네이도 앞으로 다가간다.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오른 미셸 윌리엄스의 연기는 감수성 예민한 미치의 심경이 관객의 가슴을 훅하고 파고들 만큼 캐릭터 속으로 깊이 빠져들어가 있다. 영화에 나오는 바하의 아다지오 선율은 어머니의 심경과 가족과의 추억 속 애잔함을 느끼게 하기 충분하다.
예술의 길을 가는 사람들 중 유명해지기까지 ‘내가 이 길을 과연 끝까지 갈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재능이 있는 것일까 아닐까’에 대한 고민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지금은 현대 미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세잔도 죽기 한 달 전까지 아들에게 쓴 글에서 “이제야 자연을 좀 더 맑은 눈으로 볼 수 있는데 나의 이 감각을 그림으로 실현하는 것은 언제나 너무나 어렵구나. 내 감각에 펼쳐지는 그 강렬함에 도저히 도달할 수가 없다”라고 썼다. 이에 비하면 스필버그는 예술에 대한 열정과 재능이 행복하게 만난 경우다. 되돌아보면 추억은 늘 애잔하듯, ‘파벨만스’는 조용히 가슴에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