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가 16일 이탈리아전 3회 기습 번트를 시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는 영리했다.
오타니는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탈리아와의 8강전 선발 투수 겸 3번 타자로 출장, 일본의 9-3 승리를 이끌었다.
오타니는 이날 마운드에서 투구 때마다 기합 소리를 내질렀다. 그만큼 온 힘을 다해 던졌다. 2회 초 이탈리아 선두 타자 비니 파스콴티노를 삼진 처리할 때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개인 최고 시속 164㎞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날 4와 3분의 2이닝 동안 4피안타 2실점을 기록, 투수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4-0으로 앞선 5회 초 몸에 맞는 공 2개와 안타 1개로 맞은 2사 만루에서 도미닉 플레처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됐다.
일본은 이날 1회 무사 1·2루, 2회 무사 1루에서 득점에 실패했다.
답답하던 공격력을 정면 돌파한 건 오타니의 기습 번트 시도였다. 3회 말 1사 후 곤도 겐스케가 볼넷으로 출루하자, 오타니는 초구에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이탈리아 내야진이 좌타자 오타니에 대비해 시프트를 가동, 3루 쪽이 비어있는 것을 간파했다. 오타니의 번트는 3루수와 투수 사이로 향했다. 투수 조 라소사가 역동작으로 잡아 1루에 던졌지만 이미 늦었다. 설상가상으로 악송구로 이어져 곤도가 3루까지 진루했다.
중심 타자로서 강공을 고집하지 않고, 영리하게 번트를 시도했다. 경기 흐름을 단숨에 바꾼 재치 있는 번트 시도였다.
일본은 이후 요시다 마사타카의 안타성 타구가 시프트를 펼친 상대 호수비에 걸렸지만, 3루 주자 곤도가 홈을 밟아 선제점을 뽑았다. 이어 2사 1, 2루에서 오카모토 가즈마의 좌월 3점 홈런 속에 4-0으로 달아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오타니는 4-2로 쫓긴 5회 말 선두타자 볼넷으로 출루해 석 점을 보태는 발판을 마련했다. 상대 투수의 제구력 난조 때 잘 골랐다. 덤벼들지 않고 잘 참았다.
오타니는 1라운드에서도 타율 0.500(12타수 6안타) 8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볼넷을 7차례 골라 출루율이 0.684로 높았다. 볼카운트가 유리한 상황에서도 욕심내지 않고, 좋은 공이 들어오지 않으면 참고 기다린다. 때로는 해결사로 활약했다. 상황에 따라 타석에서 영리하게 대응한다.
오타니는 이날 4타수 1안타 1볼넷 2득점을 기록했다.
일본은 9-3 승리로 대회 5회 연속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2006년과 2009 대회 정상에 오른 일본은 이번 대회 통산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오타니의 존재는 일본 대표팀에 큰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