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중국의 경기. 경기를 앞둔 한국 김현수 등 선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수(35·LG 트윈스)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너무 낯선 모습을 남기고선 대표팀을 떠난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13일 WBC B조 2라운드 4차전 중국전에서 22-2,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지만 대회 2승 2패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김현수는 이날 경기에 결장했다. 그는 경기 뒤 "(대표팀에서) 내려올 때가 된 게 아닌가. 다른 젊은 선수들이 잘 이끌어가지 않을까"라며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김현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가장 마지막에 뛴 경기는 지난 12일 체코전이었다. 앞서 호주전과 일본전에는 6번 타순에 배치됐지만, 7타수 무안타의 부진 속에 8번타자(좌익수)까지 내려갔다.
김현수는 이날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내야 안타로 출루하며 대회 첫 안타를 뽑았다. 하지만 7회 초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 끝에 교체됐다. 대표팀이 6-0으로 앞선 1사 1·2루에서 마테이 멘식의 타구 때 직선타로 처리하려고 몸을 던졌지만 공을 뒤로 빠트렸다. 결국 두 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두 경기 연속 패배로 벼랑 끝에 몰린 한국은 이날 경기서 '다득점-최소 실점' 승리가 필요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김현수를 빼고, 최지훈(SSG 랜더스)을 곧바로 투입해 수비를 강화했다.
KBO리그 통산 타율 0.316의 김현수는 정교한 타격이 강점이다.
야구 국가대표팀 단골 멤버이기도 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시작으로 이번 대회까지 총 10차례나 태극마크를 달았다. 사실상 국제대회에 개근하고 있다. 초대 우승을 차지한 2015 프리미어12에서는 총 8경기에서 타율 0.333 13타점을 기록,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또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을 시작으로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4회 연속 대표팀 주장을 맡았다.
김현수는 '타격 기계'와 함께 '국제용 타자'라는 기분 좋은 별명까지 갖고 있다. 도쿄 올림픽까지 대표팀 타율 0.362를 기록했다. 한국 야구대표팀 최다 경기 출전(62경기), 최다 안타(77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김현수는 호주전과 일본전 두 경기서 무안타에 그쳤고 대표팀은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주장' 김현수가 느끼는 책임감은 컸다. 박건우는 "(김)현수 형이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 많이 했다. 우리도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김현수는 이번 대회를 9타수 1안타로 마감했다. 지금까지 10번의 국제대회 중 타율이 0.111로 가장 낮다. 종전에는 2018 아시안게임에서 기록한 0.150이 가장 낮았다. 2013 WBC(0.250)까지 제외한 나머지 7차례 국제대회선 3할 이상의 고타율을 자랑했다.
김현수는 지난 4일 출국 전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앞으로 대표팀에 못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 각오로 나섰지만, 개인과 팀 성적 모두 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중국전 종료 후 인터뷰에서 "많은 분이 응원도 해주시고 찾아와 주셨다. 대표팀에 많이 나오셨던 선배들로부터 (이번 대회 부진에 대해) 위로의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아닌(대표팀에 있지 않은) 분들이 (대표팀을) 되게 쉽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 같은 야구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아쉬운 거 같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김현수가 마지막에 던진 직격탄에 야구계는 시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