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지다니' (도쿄=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호주의 경기. 9회말 2사 1루 박해민 타석에서 1루주자 토미 현수 에드먼이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 판정되자 비디오 판독을 요청, 선수들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2023.3.9 jieunlee@yna.co.kr/2023-03-09 16:42:14/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결과보다 과정이 야구팬 분노를 자아냈다. 졸전을 치른 한국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첫 경기 얘기다.
한국은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B조) 1차전에서 한 수 아래 전력으로 평가받던 호주에 7-8로 덜미를 잡혔다.. 상대의 적극적인 공략에 당황한 투수진은 장단 10안타(3피홈런)를 내주며 8점을 내줬다. 타선은 5회 1사까지 무안타에 그칠 만큼 부진했다. 5회 말 양의지의 3점포, 6회 박병호의 '좌측 담당 직격' 2루타를 제외하면 좋은 타격도 나오지 않았다. 특히 상대 투수진이 볼넷 4개·사구 1개를 남발하며 흔들렸던 8회 공격에선 적시타 한 개가 나오지 않았다.
강백호는 역대급 본헤드 플레이를 보여줬다. 그는 한국이 4-5로 역전을 허용한 뒤 맞이한 7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대타로 나서, KBO리그 한화 이글스 '전' 외국인 투수 워윅 서폴드를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쳤다. 하지만 인플레이 상황에서 더그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다가 베이스를 벗어났고, 호주 2루수 로비 글렌다이닝에게 태그아웃됐다.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은 것. 한국은 이어진 공격에서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투수가 홈런을 맞고, 타자가 삼진을 당하는 건 '실패의 스포츠' 야구에서 흔한 일이다. 설령 그게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뛰는 선수와 변방 무명과의 대결이라도 말이다. 현재 메이저리그(MLB) 넘버원 아이콘이자 일본 대표팀 간판선수 오타니 쇼헤이도 전날 중국전 만루 기회에서 평범한 땅볼에 그쳤다.
문제는 기본기다. 강백호를 향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소위 '껌 논란'으로 명명되는 도쿄 올림픽 해프닝과 전혀 다른 문제다. 그때는 졸전을 거듭하던 대표팀의 경기력을 향한 야구팬의 울분이 그에게 모인 면이 있었다. 하지만 호주전 주루사는 경기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강백호만 비난받을 일도 아니다. 야구팬이 뒷목을 잡을만한 장면은 더 많았다. 나성범은 5회 말 사구로 출루한 뒤 주루사를 당했다. 양의지가 역전 3점 홈런을 치며 기세가 오른 상황이었다.
한국이 호주 마운드의 제구 난조로 추격을 시작한 8회도 마찬가지다. 6-8로 지고 있던 1사 만루 상황에서 오지환이 2루 땅볼을 쳤고, 그사이 3루 주자 이정후가 홈을 밟았다. 이후 이정후는 3루를 향해 '홈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홈 쇄도는 무리였지만, 포수가 1루 커버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 하지만 3루를 밟은 박해민과 한국 주루코치 모두 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대표팀은 앞선 두 대회(2013·2017)도 1차전에서 패하며 2라운드 진출이 꼬였다. 2017년 대회도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이스라엘에 졌다. 호주전 패전이 새삼스럽지 않다. 문제는 기본을 망각한 플레이가 속출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