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사카돔에서 열린 WBC 한국 대표팀과 일본 오릭스와의 연습경기. 한국 오지환이 2화말 1사 1,3루 상황에서 오릭스 야마하시의 내야땅볼을 놓치고 있다. [연합뉴스]
내야 수비가 흔들리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의 호주전 공략 포인트도 흔들린다.
WBC 야구 대표팀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최종 엔트리에 포함한 투수 중 '땅볼 유도형'이 유독 많다. 지난해 땅볼(GO)/뜬공(FO) 비율이 1.00 이상인 투수가 전체 15명 중 11명에 이른다. 비율로는 73.3%. 우연한 일치가 아니다. 이강철 WBC 야구 대표팀 감독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뒤 "15명의 선수가 대부분 땅볼 (유도) 유형이다. 그런 선수를 많이 뽑았다"며 의도된 전략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호주전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했다"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덧붙였다.
호주는 야구 대표팀의 WBC 1라운드 A조 첫 상대다. 같은 조 일본의 전력이 워낙 탄탄한 만큼 호주를 꺾어야 조 2위까지 주어지는 8강행 티켓을 기대할 수 있다. 이강철 감독은 일찌감치 호주전의 중요성을 인지했다. 그래서 맞춤형으로 투수 엔트리를 짰다. 스윙 궤적이 큰 호주 타자들의 특징을 역으로 활용하기 위해 변화구 구사 능력이 좋은 투수들을 집중적으로 발탁한 것이다. 이강철 감독은 "전력 분석과 얘기했을 때 호주 타자들이 포크볼 같은 변화구에 약하다는 걸 알았다. 호주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투수를 뽑았다"며 "(최종 엔트리에 포함한 투수들은 대부분) 포크볼이나 각이 큰 커브 같은 결정구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KBO리그 평균 GO/FO는 1.02다. WBC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투수들의 평균 GO/FO는 1.23으로 더 높다. 지난해 국내 선발 투수 중 땅볼 유도 비율이 가장 높았던 고영표(KT 위즈·1.86) 박세웅(롯데 자이언츠·1.76) 소형준(KT·1.58) 김광현(SSG 랜더스가·1.11)이 모두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 중에서 고영표의 호주전 선발 등판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것도 이강철 감독의 호주전 전력과 일맥상통한다. 고영표는 호주 타자들에게 생소한 사이드암스로 유형이면서 체인지업이 주 무기다. 직구처럼 날아가다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수많은 땅볼을 만들어낸다.
그뿐만 아니라 불펜에도 정우영(LG 트윈스·4.55) 김원중(롯데·1.39) 정철원(두산 베어스·1.33) 이용찬(NC 다이노스·1.29)을 비롯해 땅볼 유도를 잘하는 자원이 꽤 많다. 대부분 홈플레이트 앞에서 움직임이 큰 투심 패스트볼이나 포크볼이 주 무기. 빗맞으면 내야를 벗어나기 힘든 만큼 땅볼이 많다.
이강철 감독의 전략이 통하려면 전제조건을 하나 충족해야 한다. 탄탄한 내야 수비가 필수다. 땅볼을 유도하더라도 매끄러운 수비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런 면에서 야구 대표팀은 불안 요소를 노출했다. 6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오릭스 버팔로스와 WBC 대비 연습경기에서 내야 실책 3개가 쏟아졌다. 교세라돔 인조 잔디에 적응하지 못한 듯 유격수 오지환(LG)이 실점으로 연결되는 실책 2개를 저질렀고 6회에는 유격수로 기용된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2사 1, 3루에서 평범한 땅볼을 놓쳐 추가 실점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대표팀은 1.5군이 출전한 오릭스에 2-4로 패했다.
현재 야구 대표팀은 3루수 최정(SSG)의 컨디션이 100%가 아니다. 최정의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으면 오지환이나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을 백업 3루수로 돌리는 게 대안이다. 하지만 모두 3루가 익숙한 포지션이 아니다. 더욱이 호주전이 열리는 도쿄돔은 교세라돔처럼 인조 잔디가 깔려 있다. 인조 잔디에선 천연 잔디보다 타구 속도가 빠르다. '땅볼 유도형' 투수가 통하려면 그만큼 내야 수비가 더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