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김종민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 감독은 유독 세터를 자주 다그친다. 팀 작전 타임은 사실상 감독과 세터의 일대일 면담처럼 보인다.
2016년 3월 도로공사에 부임한 김종민 감독은 2016~17시즌부터 2019~20시즌까지 역대 한국 여자배구 대표 세터로 인정받는 이효희(현 도로공사 코치)와 호흡을 맞췄다. 남자부 대한항공을 이끌었던 2015~16시즌엔 현역 최고 세터 한선수가 있었다. 세터를 평가하는 기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올 시즌 김종민 감독의 '잔소리'는 주전 세터 이윤정(26)에게 집중되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14일, 1위를 지키고 있던 현대건설에 이긴 뒤에도 "본인(이윤정)이 매번 하는 다소 틀에 박힌 패턴 플레이만 시도할 때가 있다. 상대의 수를 읽고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현대건설전) 1세트는 득점 기회에서 세터의 토스 선택이 반대 방향으로 갈 때도 있었다"라며 이윤정의 경기 운영에 아쉬움을 전했다.
실업팀 수원시청에서 뛰었던 이윤정은 떠오르는 샛별이다. 2021년 9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2순위에 도로공사의 지명을 받았고, 안정감 있는 경기 운영과 야무진 토스를 앞세워 데뷔 시즌(2021~22)부터 기존 주전이었던 이고은을 밀어냈다. 시즌이 끝난 뒤 열린 '도드람 V리그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신인상을 받으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이윤정은 이고은이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한 뒤 홀로 주전 세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20일 기준으로 리그 세터 중 가장 많은 세트(117세트)를 소화했다. 이효희 코치의 지도 아래 기본기가 더 탄탄해지고 있다. 경기 경험이 늘어난 만큼 실력은 늘고, 자신감도 커졌다.
이윤정은 "감독님이 칭찬에 인색한 편이다. '경기 중에 나오는 범실은 모두 세터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하셨을 때는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내가 강하게 크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도 경기가 끝난 뒤에는 감독님이 '내 마음은 그게 아니다'라며 풀어주시기도 한다"고 웃어 보였다. 이윤정은 김종민 감독이 지적한 현대건설전 1세트 운영에 대해서도 "너무 어렵게 풀어갔다"고 인정했다.
도로공사엔 국가대표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 박정아, '베테랑 미들 블로커 듀오' 정대영과 배유나가 있다. 측면뿐 아니라 중앙 속공이나 시간차 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자원이 많다는 얘기다. 김종민 감독은 이윤정이 이들을 두루 활용하길 바란다. 이윤정도 상대 허를 찌르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시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도로공사는 21일 기준으로 리그 3위(16승 13패·승점 48)에 올라 있다. 4위 KGC인삼공사, 5위 GS칼텍스와 포스트시즌(PS) 진출을 두고 경쟁 중이다. 오는 23일 치르는 리그 1위 흥국생명과의 5라운드 6차전은 3위 수성에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윤정은 "상대가 강팀이라고 해도 항상 '이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설 것"이라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