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축구대표팀의 극적인 월드컵 16강 진출 드라마에 덩달아 신이 났다.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관심사 커뮤니티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의 흥행에 힘입어 온라인 생태계의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올해 3월 취임 이후 줄곧 커뮤니티 서비스의 확장 가능성을 역설해온 최수연 네이버 대표의 어깨에 힘이 실렸다. 월드컵 열기 덕에 국내 시장에서의 실험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제 스포츠를 넘어 문화·금융 등으로 카테고리를 넓히고 돈이 되는 콘텐츠와 커머스를 엮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5년 내 글로벌 이용자 10억명의 빅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가 조금씩 현실화하고 있다.
'16강 진출 순간' 네이버에서 1000만명 봤다
5일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 3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한국과 포르투갈전의 누적 시청자 수는 1152만6845명을 기록했다. 이날 한국은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 쾌거를 이뤘다.
3차례 있었던 한국의 조별리그 모두 최다 동시접속자 수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11월 28일 가나전이 226만3764명으로 가장 많았고 포르투갈전이 217만4007명, 우루과이전이 200만291명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한국과 포르투갈전이 끝난 뒤 16강 진출 경우의 수가 걸린 가나와 우루과이전에는 최고 236만5005명의 시청자가 동시에 몰렸다. 우리나라 경기가 아닌데도 누적 682만8943명이 봤다.
네이버가 지난 2018년 러시아 대회 때와 달리 8년 만에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단순 시청률과 광고 수익을 노린 것이 아니다.
네이버는 이용자가 목적에 따라 직접 검색해 콘텐츠를 소비하고 물건을 사는 기존 포털의 한계를 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좋아하는 주제로 다른 이용자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공간을 마련해 거부감 없는 거래 환경을 보장하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지향한다.
대중적인 관심사인 동시에 선수나 팀의 팬덤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관련 용품의 쇼핑도 활발하게 이뤄지는 스포츠야말로 포털 안에 커뮤니티가 연착륙할 수 있는 최적의 카테고리다.
이에 네이버는 이용자들이 커뮤니티에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했다.
경기 영상이나 기사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들을 접목했다. 함께 경기를 보며 채팅으로 응원하는 '응원톡'과 취향이 맞는 사람끼리 방을 개설해 채팅하는 '오픈톡'이 대표적이다.
한국과 가나전에는 58만7991개의 응원톡이 달렸다. 당시 최다 동시접속자 수를 대입하면 10명 중 2명 이상(약 26%)이 온라인으로 응원하기 위해 직접 글을 남겼다. 저조한 참여율로 '리뷰 알바'까지 동원하는 온라인 쇼핑업계와 비교하면 충분히 의미 있는 수치다.
3일 기준 오픈톡은 2469개가 생성됐고, 이 중 축구·해외축구 카테고리는 1214개로 절반에 달했다. 공식 오픈톡 3곳(공식응원방·이스타tv·현지취재기자단방)의 합산 방문자는 약 130만명으로 집계됐다.
한국과 가나전이 50만5569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과 포르투갈전은 31만1757명으로 줄었는데, 생중계 응원톡이나 선수 개별 팬방에서 경기를 시청한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월드컵 커뮤니티와 연계한 승부예측은 대국민 놀이로 떠올랐다. 참여자가 조별리그 1차전 39만5106명에서 2차전 59만3654명, 3차전 69만2334명으로 꾸준히 늘어 4회차(16강전)가 진행 중인 현재 러시아 월드컵 최종 기록인 180만명을 돌파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르헨티나전(2-1)과 일본과 독일전(2-1)처럼 이변이 속출해 3회차까지 당첨자가 나오지 않았다. 회차마다 100만원의 상금을 걸었는데 계속 이월돼 400만원이 쌓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금의 상황에 '네이버 승부예측 근황' 등의 제목이 붙어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처럼 퍼지고 있다. 최후의 1인이 누가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MZ세대 놀이터 된 커뮤니티…"커머스와 연계해 시너지"
네이버 커뮤니티 이용자는 잠재 고객으로 분류되는 젊은 세대가 대다수였다.
한국의 조별리그 3경기 시청자의 약 68%는 30대 이하 MZ세대다. 승부예측 참여자도 30대 이하 MZ세대가 약 73%를 차지했다. 전통적인 TV 시청 외에도 온라인 플랫폼으로 스포츠를 즐기고 참여형 콘텐츠에 적극적인 성향을 보였다.
이처럼 네이버의 커뮤니티 서비스 실험은 합격점을 받았다.
최수연 대표는 올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9월 첫선을 보인 차세대 커뮤니티 서비스의 성과를 직접 소개한 뒤 "네이버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용자들의 활동성과 체류시간을 증진하고 중장기적으로 광고·커머스·플레이스 등 사업과 연계해 사업적·재무적 시너지를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지난 10월 2조원 넘게 들여 북미 최대 패션 C2C(개인 간 거래) 플랫폼 포쉬마크를 인수할 때도 커머스에 접목한 커뮤니티 서비스에 주목했다.
지역별 피드와 팔로잉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기능으로 80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연결했다. 지난해 기준 커뮤니티 활성 이용자 수는 3700만명에 달하며, 연간 거래액은 2조원 중반대를 찍었다.
매일 50만건 이상의 판매글과 10억건 이상의 소셜 반응(좋아요·공유 등)이 올라온다.
네이버가 포쉬마크 인수를 발표한 날 주가가 9% 가까이 떨어졌다. 이커머스 시장 성장 둔화로 인한 실적 악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김남선 네이버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네이버는 경영 사업을 추진할 때 방어적으로 하지 않는다. 제조업처럼 생산 역량을 늘리기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네이버가 제시한 미래 핵심 키워드는 '글로벌 확장'과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다. 최 대표가 메타버스의 본질로 정의한 만큼 커뮤니티 서비스가 향후 회사의 이정표 역할을 할 전망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차세대 커뮤니티의 실험을 펼친 월드컵에서 기대 이상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향후 증권과 이슈 키워드 등 실시간 커뮤니티 니즈가 있는 다양한 서비스에서도 확장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이용자의 반응을 꾸준히 살피며 글로벌 서비스까지 커뮤니티의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