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NEW 제공영화를 보면 자연스레 어떤 노래 한 곡이 떠오를 때 있죠. 영화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 같아서이기도 하고 영화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메시지가 어떤 곡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일 때도 있고요. 러닝타임 내내 귓가를 울리던 노래 한 곡을 ‘자음추’(자연스럽게 음악 추가)에서 소개합니다.
사진=NEW 제공 “안 보고 사는 게 몸에 좋다 하여 눈을 감고 살 수 있겠는가.” 23일 개봉한 영화 ‘올빼미’에서 소현세자(김성철 분)는 이런 말을 한다. 기침을 콜록이는 소현세자가 염려됐던 침술사 경수(류준열 분)가 마음을 편히 해야 한다고 하자 하는 말이다.
소현세자가 왕이 됐다면 어땠을까. 조선시대 역사를 훑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하게 되는 생각이다.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 8년여를 보내고 돌아온 고국. 부친의 냉대 속에 학질(기록에 따르면)로 쓸쓸히 세상을 떠난 비운의 세자.
‘올빼미’는 소현세자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배경으로 한 사극 스릴러다. 낮에는 앞을 볼 수 없고 빛이 없을 때만 조금 앞이 보이는 주맹증을 앓고 있는 침술사 경수가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도한 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어둠 속에서 볼 수 있는 눈’이라는 소재는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선명하게 맞닿아 있다. 사진=NEW 제공사진=NEW 제공 보고도 보지 않은 척하고 들어도 듣지 않은 척해야 할 때가 많은 우리네의 삶. 그런 하루하루 속에서 본 것을 봤다고, 들은 것을 들었다고 표현하는 데는 생각보다 큰 용기가 들기도 한다.
118분여의 ‘올빼미’를 보며 지난 2016년 발매됐던 김윤아의 앨범 ‘타인의 고통’이 떠올랐다. 평소 SNS를 떠돌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본다던 김윤아는 “SNS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다들 고통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다 똑같은 고통을 느끼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IS포토 세월호 참사, 구의역 스크린도어 참사, 대통령의 퇴진 등 반복되는 집단적 슬픔과 트라우마를 겪은 한국 사회. 그 시절을 걸으며 김윤아는 “나도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처럼 사회가 흘러가는 모양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누가 옆에서 힘든 일을 겪거나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가고 있을 때 ‘내 일 아닌데 뭐. 난 즐거운데?’라고 할 만큼 난 대범한 인간이 아니더라”고 털어놨다.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일견 대중예술인으로서 자연스러워 보이나 실은 그렇기에 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대중과 견해차를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올빼미’의 결말을 누군가는 해피엔딩으로, 누군가는 새드엔딩으로 볼 것이다.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영화가 뒤집기는 어렵고, 사실 인조와 소현세자가 걸었던 그 역사를 21세기 우리도 반복하고 있을지 모른다. 다만 영화 속 소현세자의 말처럼 진실을 보고 눈을 돌리지 않는 용기가 때로는 필요하고, 그러한 장면들은 영화를 본 관객들의 마음에 오래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