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규.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K리그1(1부) 득점왕의 이름이 하루 만에 뒤바뀌었다. 전북 현대 공격수 조규성(24)이 지난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인천 유나이티드와 K리그12022 38라운드 홈 최종전에서 멀티 골을 터뜨리며 득점 선두에 올랐다. 같은 날 인천에서 뛰던 무고사(빗셀 고베)를 제치고 오랜 기간 리그 선두 자리를 지켰던 주민규(32·제주 유나이티드)는 무득점에 그쳤다.
조규성과 주민규의 득점 개수는 17개로 같다. 하지만 31경기를 뛴 조규성이 37경기에 나선 주민규보다 출전 경기 수가 적어 리그 규정에 따라 득점왕을 차지했다. 조규성은 올해 군팀 김천 상무에서 13골을 넣고 군 전역해 9월 전북에 합류해 8경기를 뛰면서 4골을 추가했다. 주민규는 14경기에서 5골을 넣었지만, 조규성의 무서운 득점 페이스를 넘지 못했다.
단 하루 만에 득점왕 타이틀을 빼앗긴 주민규는 대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그는 지난 시즌 22골을 넣어 2016년 정조국(당시 광주FC) 제주 코치에 이어 5년 만에 토종 득점왕에 올랐다. 그는 올 시즌 전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기록을 찾아보니, 2년 연속 토종 득점왕이 없더라. 23골을 넣어 올 시즌에도 득점왕에 오르겠다”며 야심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K리그 39년 역사에서 2년 연속 득점왕을 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다. 외국 선수 중에서는 FC서울에서 활약하던 데얀이 지난 2011년부터 세 시즌 연속 득점왕을 차지한 경우는 있었다. K리그 최고의 중앙 공격수 중 한 명인 주민규가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조규성의 벽을 넘지 못했다.
주민규는 올 시즌 초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가 없었다. 주민규의 좌우 측면에 배치되는 제르소(기니비사우)와조나탄 링(스웨덴)의 공격을 돕기 위해 연계 플레이에 신경을 쓰느라 자신의 공격에 몰두할 수 없었다. 역대 가장 이른 개막(2월 19일)에 따른 추운 날씨도 큰 영향을 끼쳤다. 주민규도 “추운 날씨 속에서 시즌 치러 시즌 초반 부침을 겪었다”고 밝혔다.
유효 슛이 증가했는데도 득점은 오히려 적어졌다. 지난 시즌 슛 83개 중 41개를 유효 슛으로 연결했던 주민규는 올 시즌엔 95개의 슛 중 44개를 유효 슛으로 기록했다. 지난 시즌엔 1.86개의 유효 슛 당 득점을 기록했지만, 올 시즌엔 2.58개의 유효 슛을 할 때 1골을 기록했다. 득점 기회는 생산적으로 잘 만들었으나, 골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득점 개수를 늘리지 못했다.
부상 탓에 8월부터 교체 선수로 주로 투입된 것도 득점왕 실패에 영향을 끼쳤다. 주민규는 올 시즌 37경기 중 11경기에 교체 선수로 출전했다. 8월 이후 9경기에 교체 출전 투입됐다. 득점왕 경쟁이 한창 치열할 때 제대로 된 출전에 문제를 겪은 주민규는 결국 득점왕 타이틀을 조규성에게 넘겨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