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BO리그 포스트시즌 KT위즈와 KIA타이거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이 13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8회말 1사 이의리가 알포드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아쉬워하고 있다. 수원=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2.10.13/ 실패는 성장 자양분이다. 이의리(20·KIA 타이거즈)도 올가을 값진 경험을 했다.
지난 13일 열린 정규시즌 4위 KT 위즈와 5위 KIA 타이거즈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은 8회 말 승부가 기울었다. 2-3, 1점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이의리가 1사 뒤 앤서니 알포드, 2사 뒤 장성우와 오윤석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를 자초했고, 바뀐 투수 장현식이 싹쓸이 좌전 2루타를 맞았다. KIA는 4점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2-6으로 패했다.
이의리는포심패스트볼(직구)과 커브 모두 제구가 흔들렸다. 지면 패하는 경기에서 큰 압박을 느낀 것으로 보였다.
김종국 KIA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총력전을 예고했다. 시즌 막판 컨디션이 가장 좋았던 션 놀린을 선발 투수로 내세웠고, 양현종을 제외한 모든 투수를 대기시켰다. 실제로 놀린이 3회 말 3점을 내주며 흔들리자, 바로 토마스 파노니를 투입했다. 그가 6회 1사까지 추가 실점 없이 역전 발판을 만들자, '세 번째로 좋은 투수' 이의리를 투입했다. 8회만 실점 없이 넘기면 9회 반격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이의리는 2021년 신인왕이다. 올 시즌은 2년 차 징크스 속설을 비웃으며 10승을 거뒀다. 팀의 미래다.
그러나 미국 무대에서 불펜 경험이 있는 외국인 투수들과 달리, 데뷔 시즌부터 선발만 나섰던 이의리는 구원 등판이 익숙하지 않다. 비록 지고 있었지만, 실점하면 승기를 완전히 내줄 수 있었기에 부담도 컸을 것이다. 김기훈, 장현식 등 박빙 상황이 익숙한 투수를 내세우는 게 정석이었다.
만루 위기에서 이의리에게 한 타자를 더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의리는 올 시즌 만루 위기에서 피안타율이 0.167에 불과했다. 무사 만루 위기를 세 차례나 실점 없이 막아냈다.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10월 4일 LG전에서도 1사 만루에서 김현수와 채은성, 상대 간판타자들을 모두 범타 처리했다. "위기에서 더 간절한 마음으로 투구한다"며 만루에 강한 이유를 전하기도 했다.
물론 볼질을 한 투수를 그대로 둘 수 없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결과론이다.
KIA는 떨어졌고, 이의리는 아픈 기억을 남겼다. 그러나 얻은 것도 많다. 다음 가을야구에서는 한층 단단해진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를 것이다.
2020년 신인왕 소형준도 그랬다. 그는 두산 베어스와의 2020 플레이오프(PO) 4차전 4회 말 2사 2루에서 구원 등판했는데, 최주환(현 SSG 랜더스)에게 투런 홈런을 맞았다. KT는 0-2로 패하며 한국시리즈(KS) 진출에 실패했다.
소형준 1차전에 선발 투수로 나서 6과 3분의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호투했지만, 벤치의 승부수로 나선 4차전 등판에선 일격을 당했다. 경기 뒤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값진 경험을 쌓은 소형준은 2021시즌 KS 2차전에 등판, 6이닝 3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1년 전 부진을 씻어냈다. 그리고 올해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5와 3분의 1이닝 1자책점을 기록하며 KIA의 준플레이오프(PO) 진출을 이끌었다.
소형준과 비슷한 행보를 보여준 이의리. 올해 가을야구 구원 등판은 이 젊은 투수에게 큰 자산이다. 선발 투수로 나서 포효할 수 있는 날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