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를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 영화 ‘리멤버’의 메가폰을 잡은 이일형 감독이 작품에 담은 메시지를 이같이 소개했다.
12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리멤버’의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이성민, 남주혁, 이일형 감독이 자리해 개봉을 앞둔 소감과 취재진 앞에서 영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리멤버’는 가족을 모두 죽게 한 친일파를 찾아 60년간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80대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이성민 분)와 의도치 않게 그의 복수에 휘말리게 된 20대 절친 인규(남주혁 분)의 이야기를 그린 복수극이다. ‘검사외전’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일형 감독은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으로 “영화에 설득력을 주고자 여러 가지 장치를 고민했다. 영화의 속도, 장르적 특성, 액션, 복수극에 대한 이야기에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감독은 영화를 통해 옳고 그름에 대한 메시지도 전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현대 사회에 남아있는 잔재들을 넘어서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 ‘필주의 사적 복수도 정말 옳은지’ 여러 가지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리멤버’는 현대 사회를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소개하며 “반드시 (친일파를) 처단해야 한다는 맥락보다는 어떻게 사건을 바라봐야 하는지 필주라는 인물을 통해 자연스레 관객이 따라가길 바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영화는 세대를 초월한 이성민과 남주혁의 버디 조합으로 빼놓을 수 없는 기대 포인트를 지니고 있다. 두 사람은 스스럼없이 서로를 프레디와 제이슨이라 부르고 둘만의 핸드 셰이크까지 있을 정도로 유쾌하고 끈끈한 사이를 완성하며 무거울 것만 같은 복수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먼저 이성민은 극 중 필주 역을 맡아 실제 나이보다 약 30세 많은 80대로 변신했다. 이성민은 “오랜만에 이런 자리를 갖게 되어 반갑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오늘 영화를 처음 봤다”며 “이 이야기가 요즘 관객에게 설득력이 있을지, 어떻게 하면 설득력을 지닐지 고민했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필주와 인규가 관계를 잘 만들어내서 ‘젊은 청년들이 영화에 조금 더 몰입하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80대 필주를 연기한 소감으로 도전할 만한 캐릭터였다며 특히 분장팀이 많은 고생을 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필주를 연기하며 이성민은 캐릭터 특유의 걸음걸이와 자세 때문에 촬영 중간에는 목 디스크에 걸릴 정도였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도 밝혔다. 이성민과 함께 영화의 서사를 이끄는 남주혁이 완성한 인규는 필주가 60년간 계획했던 필생의 복수에 휘말리게 되면서 또 다른 입체적인 재미를 선사하는 인물. 남주혁은 이날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다며 “인규의 시선으로 어떻게 잘 연기할지 고민하고 촬영을 했다. 즐기면서 재미있게 봤다”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20대를 살아가는 청년 같은 연기가 쉽지 않았다면서도 “인규라면 필주를 어떻게 바라보고, 상황을 받아들일까 조금 심플하게 연기하려 노력했다”고 고민한 지점을 언급했다.
또 그는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지만 점차 촬영장을 가는 길이 즐거웠다”며 이성민과의 케미스트리에 자신감도 드러냈다. 이성민 또한 남주혁과의 연기 호흡으로는 “촬영장에서 늘 즐거웠다. 찰떡같은 호흡을 맞췄다고 여겼다”고 털어놨다. 영화를 보고 새롭게 느낀 점으로는 ”주혁이가 많이 고생했겠구나 싶었다. 노력을 많이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원작과의 차별점도 언급했다. ‘리멤버’는 지난 2015년 개봉한 캐나다, 독일 합작 영화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의 리메이크 작품. 이 감독은 “원작은 유대인이 자기 가족을 죽인 아우슈비츠 독일군 장교를 쫓는 이야기인데 우리나라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작이 특히 좋았던 점은 현시대에서 말하는 점이었다며 “보통 역사적 영화로 과거 시점에서 이야기하는데 이 영화는 동시대에 사는 할아버지가 여전히 과거를 쫓으면서 복수를 꿈꾸고 아픔을 해소하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다만 차별점으로는 “원작은 로드무비라서 방향이 하나인데 우리는 인규를 통해 시선을 추가했다. 그러면서 영화의 장르적 재미를 더했다”고 짚었다. 특히 ‘리멤버’ 주인공 필주는 기존 한국 영화 복수극에서 흔히 봤던 주인공과는 다른 설정을 가진다. 뇌종양 말기 알츠하이머로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80대 필주는 생의 마지막일지도 모를 일주일 평생을 다짐하던 복수에 나선다. 일제강점기 때 부모와 형, 누나까지 모든 가족을 죽인 친일파들을 향해 60여년간 복수를 계획했던 필주는 망설임 없이 복수의 대상인 친일파들을 처단한다.
이 감독은 ‘리멤버’의 이러한 서사를 4년 전에 썼다며 작품을 통해 관객이 기억했으면 하는 지점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4년 전에 영화를 처음 기획했지만 그때처럼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 많다”며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본질은 똑같고 (문제가) 너무 굳어 있어 그런 것 같다. 이 부분이 ‘리멤버’의 가장 큰 속성이다. 과거에 쓴 이야기이지만 보는 사람들도 똑같이 느낄 것이다”고 예고했다.
그런가 하면 영화는 등장과 함께 빨간 포르쉐를 등장시키며 강렬한 속도를 자랑한다. 이 감독은 포르쉐를 선택한 이유로 “주인공이 80대 할아버지이고 모든 동작과 상황이 느리지만 마지막으로 그가 결심한 복수의 감정은 빠르다고 생각했다”면서 “빨간색 슈퍼카에 태워 복수의 감정을 관객이 빠르게 따라가며 느린 템포의 주인공 심리를 다급하게 쫓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