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아시아영화인상을 받은 배우 양조위의 기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유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홍콩영화를 이끌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에서 활약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의아시아인상을 받은 양조위는 이 자리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다시 찾은 소감과 자신의 연기 인생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서 처음 인연을 맺었고 올해로 벌써 네 번째네요. 좁은 길에 작은 무대를 세워서 개막식을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제처럼 성대한 개막식이 열리다니… 부산은 매번 올 때마다 달라지는 것 같아요. 높은 건물도 많이 생기고 해변가에 예쁜 구조물과 보행로도 생겼고요. 정말 반갑네요.”
1983년 영화 ‘1997 대풍광’으로 데뷔한 양조위는 이후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1994), ‘해피 투게더’(1997), ‘화양연화’(2000) 등에 출연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또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세 작품 ‘비정성시’(1989), ‘씨클로’(1995), ‘색, 계’(2007)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오랜 기간 그 어떤 배우보다 다채로운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은 양조위지만 그에 따르면 여전히 해보지 못한 캐릭터가 많다. 일례로 그는 “연쇄살인마 같은 역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다”며 웃음을 보였다. “만약 배우로서 제 인생을 전반과 후반으로 나눈다면 데뷔 때부터 20년까지는 배우는 단계, 후반 20년은 배운 것을 발휘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저는 비로소 연기자로서의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소화할 수 없었던 다양한 역들을 나이 들며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아빠를 연기할 수 있었던 것도 큰일이었죠. 10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아빠 연기에 도전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 했거든요.”
양조위가 출연한 ‘영웅: 천하의 시작’(2002)은 2003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고, ‘무간도’(2002),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2021) 등에 출연하며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또 그는 2000년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홍콩영화금상장’에서 5관왕, ‘금마장’에서 3관왕이라는 쾌거를 달성, 남우주연상 최다 수상 기록을 세웠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이렇게 수많은 양조위의 작품들 가운데 그가 직접 선정한 6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섹션에는 배우로서 더없이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양조위에게 걸맞은 ‘양조위의 화양연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2046’과 ‘무간도’의 GV(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양조위를 직접 만날 수 있다.
“사실 부산에 오기 전에 저를 좋아해 주는 젊은 분들이 이렇게 많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어요. 그래서 섹션에 올릴 작품을 선정할 때 젊은 팬층을 고려하지 못 한 것 같아요. 이번 섹션에서는 저의 다양한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여러 장르로 구성을 해보려 했어요. 유진위, 왕가위 등 제가 좋아하는 감독님들 작품도 있으니 많이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양조위는 앞서 5일 영화제 레드카펫에도 참석해 부산을 찾은 영화 팬들과 만났다. 블랙으로 포인트를 준 화이트 슈트를 입고 레드카펫에 오른 양조위는 영화의 전당을 가득 메운 관객들과 눈인사를 나누는 등 여유로운 레드카펫 매너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렇게 영광스러운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올해도 성공적인 영화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올해의아시아영화인상은 한 해 동안 아시아 영화 산업과 문화발전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아시아 영화인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지난해에는 임권택 감독이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