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준. KT 위즈 제공 KT 위즈 3년 차 투수 소형준(21)이 원숙한 이닝 이터로 성장했다. '가성비' 넘치는 그의 투구 전략 덕분이다.
소형준은 프로 첫해인 2020년 KBO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다. 13승 6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하며 배제성과 함께 KT의 국내 선발진을 이끌었다. 2년 차인 지난해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반기 성적이 3승 3패 평균자책점 4.85에 불과했다. 후반기에야 평균자책점 3.64로 페이스를 찾은 그는 당시 "제구가 흔들렸다. 제구를 잡으려다 투구 폼이 움츠러들었고, 구속도 조금 떨어진 것 같다"며 "제구가 좋지 않을 때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을 조금은 배운 것 같다. 맞아도 다 안타가 되는 게 아니니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면서 던지는 요령을 깨달았다"고 했다. 소형준은 그해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승리 투수가 돼 KT의 통합 우승에 일조했다.
소형준이 얻은 확신은 올해도 통하고 있다. 소형준은 지난 9월 28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에서 시즌 13승(5패)을 기록했다. 승수는 데뷔 시즌과 같다. 하지만 평균자책점이 3.08로 커리어하이를 기록 중이고, 166과 3분의 1이닝을 던져 2020년(133이닝)과 달리 규정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소형준의 투구 이닝은 리그 10위이자 고영표에 이은 팀 내 2위 기록이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비율이 69.2%,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비율도 42.3%에 달한다. 역시 두 부문 다 고영표에 이어 팀 내 2위 기록이다. 소형준은 등판하는 날에는 언제나 6이닝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이닝 이터가 됐다. 지난해 평균 4.96이닝(선발 등판 기준)이었으나, 올 시즌에는 평균 6.4이닝(리그 4위)을 소화하고 있다.
2022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지난 9월 28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 선발 소형준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투구 이닝이 늘어난 건 많이 던져서가 아니다. 올해 소형준은 KBO리그에서 가장 효율적인 투수다. 지난해 선발 등판 시 평균 투구 수 87.25개였던 그는 올 시즌 경기당 평균 92.77개(18위)의 공을 던지고 있다. 경기 당 5개만 더 던졌는데 지난해보다 1.5이닝을 더 소화한다. 그보다 긴 이닝을 막아내는 고영표(평균 6.71이닝·95.81구) SSG 랜더스 윌머 폰트(평균 6.57이닝·98.61구)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평균 6.52이닝·100.41구)은 소형준보다 더 많은 공을 던졌다.
소형준은 "내 구위가 좋으니 스트라이크를 과감하게 던져도 쉽게 (안타성 타구를) 맞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지난해 그가 얻었던 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형준은 직구에 투심(투심 패스트볼)과 커터(컷패스트볼)를 고루 섞어 던진다. 다른 에이스들처럼 직구와 각이 큰 변화구를 조합해 삼진을 유도하지 않는다. 대신 각이 작은 여러 구종을 조합해 범타를 유도한다.
이로 인해 소형준의 9이닝당 탈삼진 수는 6.17개로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가장 낮다. 대신 땅볼 개수가 223개로 리그 3위에 올라있다. 공격적인 투구 덕분이다. 지난해 3.86개였던 9이닝당 볼넷이 2.06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덕분에 이닝 당 투구 수도 17.6개에서 14.5개(리그 2위)까지 줄었고, 스트라이크 비율은 62% 68%까지 올랐다. 더 많은 스트라이크가 더 많은 범타로 이어졌고, 그 결과 더 많은 이닝 소화까지 이뤄졌다.
지난 9월 1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kt wiz와 LG 트윈스의 경기. 1회말 kt 선발투수 소형준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무리 효과적이어도, 이전보다 많은 공을 던진 건 사실이다. 그의 올 시즌 총 투구 수는 2413구로 2020년(2172구)과 2021년(2097구)을 넘어섰다. 데뷔 후 가장 긴 이닝을 소화하는 만큼 체력 부담이 있을 것이다. 전반기 10승 2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했던 그는 후반기 3승 3패 평균자책점이 4.03에 그쳤다. 이강철 KT 감독도 "형준이가 많이 피곤한 상태"라며 우려했다.
소형준은 “이렇게 많이 던진 게 처음이어서 힘든 부분은 분명 있다. 그래도 프로 3년 차니까 이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계속 많은 이닝을 던져야 할 텐데,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마운드에서 잘 풀어가는 능력을 올해 배운다고 생각한다”고 의젓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