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여파로 올해 막대한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서울과 수도권의 '노른자' 땅을 헐값에 매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에는 입지는 물론 향후 가치적인 면에서도 '알짜배기' 부동산을 시중 평균 토지 거래가보다 100억원가량 싸게 내놓은 곳도 있어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28일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혁신계획안에 따르면, 한전은 의정부 변전소 등 부동산 자산 27개소를 매각해 약 5000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한전은 서울 배전스테이션(75억원), 수색변전소(81억원), 경기북부본부 사옥(130억원), 제주전력지사(34억원) 등 핵심 부동산 자산을 총 320억원에 판다는 계획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지역은 서울 중구 명동 한복판에 위치한 서울 배전스테이션이다.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서울 배전 1·2·3 스테이션의 건물 규모는 390㎡로 약 118평에 이른다. 한전은 앞서 1·2 스테이션에만 각각 48억원과 54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했다. 해당 지역의 현재 토지거래가는 1㎡당 약 4044만원 수준이다.
서울 배전스테이션은 토지 자체만 약 173억3300만원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한전의 매각 예정가는 75억원이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추정 가치 대비 약 100억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급매'도 아닌 '급급매'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특히 서울 배전스테이션은 명동 중에서도 핵심 상권에 있다고 평가된다. 제 1 스테이션은 총 5층 건물로 명동 상권 중심가 '백제 삼계탕' 앞에 있다. 총 4층의 제 2 스테이션 역시 명동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금강제화' 뒤에 자리 잡고 있는 알짜다.
명동은 충무로와 을지로, 남대문로 사이에 위치해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전통적인 쇼핑거리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명동이 지금은 코로나19 여파로 상권이 다소 위축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향후 여행 수요가 정상화할 경우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이 내놓은 노른자 땅은 더 있다.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 위치한 수색변전소다. 한전은 대지면적 7944㎡로 2400평에 달하는 이곳의 매각 예정가를 81억원으로 정했다. 이곳은 지하철 입구와 멀지 않은 초역세권으로 토지 가치가 1439억2700만원으로 추산된다. 만약 한전이 예정대로 매각할 경우 1358억원 이상의 손해를 보게 된다. 이곳을 사들이는 매수자는 큰 폭의 차익을 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되고 경기 침체 우려가 심화하면서 헐값에 내놓은 매물이 조금씩 나오는 상황"이라면서도 "한전이 매각하려는 명동 서울 배전스테이션과 수색동 수색변전소는 매수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정일영 의원은 "한전이 자본잠식 해결을 위해 핵심 지역에 위치한 부동산을 졸속 매각하는 행위는 국민과 정부에 손해만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