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극심한 타격 슬럼프를 겪고 있는 NC 다이노스 박민우. 지난 12일 2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전열에서 이탈했다. NC 제공 리드오프 박민우(29·NC 다이노스)의 강점이 사라졌다.
2013년 프로에 데뷔한 박민우는 남다른 도루 센스와 타격 능력으로 각광받았다. 프로 2년 차에 50도루를 기록했고, 3년 차에는 규정 타석을 채워 타율 3할을 달성했다. 2017년에는 타율 0.363로 타격왕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김선빈(KIA 타이거즈·0.370)에 밀려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그의 타격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된 시즌이었다.
박민우의 콘택트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20년 헛스윙 비율이 3.5%로 규정 타석을 채운 53명의 타자 중 두 번째로 낮았다. 그보다 헛스윙 비율이 좋은 선수는 리그 최고 교타자로 손꼽히는 이용규(키움 히어로즈· 2.3%)뿐이었다. 박민우는 결정구를 커트하고 볼을 골라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러면서 상대의 빈틈을 만들어낸다. 헛스윙이 적으니 삼진으로 물러나는 경우도 그만큼 낮다. 2020년 타석당 삼진(KK/PA)이 0.09로 수준급이었다.
박민우의 기록은 2021년부터 균열이 생겼다. 헛스윙 비율이 전년 대비 0.7%포인트(p) 오른 4.2%, 타석당 삼진도 0.11로 늘었다. 5월과 6월 극심한 타격 슬럼프를 겪었는데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7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기고 박석민을 비롯한 팀 동료들과 원정 숙소에서 여성과 술자리를 가진 게 적발돼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72경기, 구단 상벌위원회를 통해 25경기 출전 정지가 더해져 시즌 아웃됐다.
타석에서의 정확도가 강점인 박민우는 올 시즌, 헛스윙 비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 NC 다이노스 제공 박민우는 지난 5월 4일 1군에 복귀했다. 그는 "팀원들에게 짐을 준 것 같은데, 그 짐을 제가 덜어서 같이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그러나 성적이 따라주지 않았다. 4~5월 24경기 타율이 0.240에 머물렀다. 6월 4할에 육박하는 월간 타율로 "박민우가 돌아왔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8월 다시 차갑게 식었다. 9월에는 10경기 타율이 0.094(32타수 3안타)로 채 1할이 되지 않았다. 월간 장타율(0.125)과 출루율(0.171)을 합한 OPS가 0.296으로 낮았다. 결국 박민우는 지난 12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구단 관계자는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고 최근 경기의 컨디션(경기력)이 좋지 않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민우의 타격 세부 지표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헛스윙 비율이 5.9%로 6%에 육박했다. 타석당 삼진도 0.13까지 악화했다. 헛스윙이 늘고 삼진도 많아졌다. 한 구단 관계자는 "FA(자유계약선수)를 앞두고 있어서 마음이 조급해졌는지 모르겠다. 이전에 알고 있던 박민우의 모습이 타석에서 보이지 않는다. 타구가 잘 뜨지 않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2020년 0.85, 지난해 0.84이던 박민우의 땅볼/뜬공 비율은 올해 1.04다. 뜬공(99개)보다 땅볼(103개)이 더 많고 이마저도 대부분 상대 내야 수비에 막힌다.
박민우는 올 시즌 뒤 FA 자격을 얻는다. 서건창(LG 트윈스)이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면서 예비 FA 2루수 자원 중 최대어라는 평가를 일찌감치 들었다. 비교적 젊은 나이와 풍부한 경험도 FA 가치를 올린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2년째 타격 부진이 심화하면서 그를 향한 엇갈린 평가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대로 시즌을 마치면 원하는 계약 조건을 제시받지 못할 거라는 위기감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