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체의 내수 판매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승용차 판매량이 8만대로 뚝 떨어졌다. 예년 판매량은 유지했지만 앞선 4개월간 월 10만대 안팎의 시장 규모가 유지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감소세가 확연하다는 평가다. 기아가 전월 대비 소폭 하락했고, 현대차·한국GM·르노코리아는 큰 폭으로 판매가 줄었다. 신차 효과를 앞세운 쌍용차만 내수 판매가 늘었다.
4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내수 판매량은 8만7026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10만7758대 대비 19.2% 감소한 수치다.
브랜드별로 보면 기아는 지난달 총 37371대를 팔아 전년 동기(4만4409대)보다 15.7% 하락했다. 쏘렌토·카니발·K8 등 주력 모델이 전월 대비 각각 -15.3%·-2.7%·-5.6% 판매가 줄어든 여파다.
현대차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 3만5993대를 판매해 전월 대비 25.6%나 추락했다. 주력 모델인 그랜저 판매가 전월 대비 36.0%나 줄며 하락을 이끌었다. 연말 완전변경을 앞두고 판매가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 인플레이션 확대 및 경기 불황 등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르노코리아와 한국GM도 내수시장에서 두 자릿수 낙폭을 이어가며 울상을 지었다. 르노코리아는 31.8% 감소한 3753대를, 한국GM은 19.9% 줄어든 3534대를 각각 기록했다.
완성차 중 내수를 늘린 건 쌍용차가 유일하다. 전월 5051대에서 26.2% 증가한 6375대를 팔았다.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토레스가 쌍용차의 내수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달 3431대가 팔려 전월 대비 116.2%나 상승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여름휴가 등 조업 일수 감소에도 토레스 판매 증대에 힘입어 완연한 판매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토레스의 안정적인 양산 체계 구축을 통해 하반기 판매물량을 대폭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의 내수 부진은 이달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지연 등으로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부분 회사가 지난달과 동일한 판매 조건을 내걸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는 이달 차종별 기본 할인이 없다. 대신 현대차는 최초 등록기준 10년, 15년 이상 차량을 보유한 고객이 쏘나타나 그랜저, 싼타페를 구매하면 10년 이상 30만원, 15년 이상 50만원을 깎아준다. 다만 하이브리드 모델은 제외된다.
쌍용차는 렉스턴 브랜드 출시 20주년을 기념해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 뉴 렉스턴을 일시불로 살 경우 '더 블랙' 제품은 5년간 10만㎞ 무상보증과 함께 5년 5회 정기점검, 엔진오일 및 기타 소모품 5회 교환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나마 한국GM이 할인에 적극적이다. 타호 출시 이후 처음으로 구매자에게 혜택을 제공한다. 콤보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 300만 원의 현금 지원 또는 이율 3.9%의 할부 프로그램 중 선택할 수 있다. 또 트래버스 구매 시 현금 지원과 할부 혜택이 결합한콤보 프로그램 이용 시 최대 150만 원의 현금 지원을 제공하며 선택에 따라 이율 2.9%의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귀성비 지원과 현금 할인 등 한가위 특수를 노렸던 예전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며 "토레스 특수를 누리고 있는 쌍용차를 제외하면 이달에도 완성차 내수는 지지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