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그룹 중 최근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롯데가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이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여러 실적 수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회사의 소득에 대한 세금을 뜻하는 법인세 내역을 들여다보면 5대 그룹의 손익이 여실히 드러난다.
5대 그룹의 핵심 계열사 성적표는
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5대 그룹 중 법인세 납부 비중이 가장 떨어진다. 한국CXO연구소에서 발표한 2021년 국내 1000대 기업 법인세 현황(별도 재무제표 기준)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홀딩스가 1~3위를 기록했다.
삼성과 SK, LG, 현대차 등 4대 그룹은 법인세 상위 10위에 1개 이상의 계열사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경우 법인세 톱10 기업이 전무하다. 코로나19 여파로 고전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현주소라 볼 수 있다.
그룹별 핵심 계열사들이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은 법인세 톱10에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2개의 계열사가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조7335억원으로 법인세 납부 1위를 유지했다. 2020년 4조8369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업계 등의 호황으로 최대 실적을 냈다. 이에 법인세 금액도 2배 가까이 뛰었다.
재계 2위 SK도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가 3조5632억원으로 가장 많은 법인세를 기록했다. SK의 화학·배터리 등을 담당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6061억원의 법인세로 7위에 랭크됐다.
롯데그룹의 경우 유통·쇼핑에서 화학사업군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법인세 내역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롯데 계열사 중 지난해 가장 많은 법인세를 납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526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하지만 법인세 납부 10위인 삼성물산의 5185억원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롯데케미칼은 그나마 지난해 석유·화학 업종의 호황으로 법인세가 대폭 늘어났다. 2020년 롯데케미칼의 법인세는 414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2526억원으로 2019년 2655억원 수준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기업이 그해 장사를 얼마나 잘 했는지는 법인세 내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영업이익에서 법인세를 뺀 금액이 기업의 순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 현대차 넘어선 기아 법인세
현대차그룹도 법인세 내역을 보면 장사를 잘했다고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주축 계열사인 현대차의 성적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형인 현대차보다 오히려 기아의 법인세가 더 높았다. 기아는 지난해 7281억원의 법인세로 이 부문 5위를 차지했다. 또 계열사인 현대제철도 5620억원으로 현대차보다 더 많은 법인세를 냈다.
반면 현대차는 2021년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법인세 비용이 3443억원에 머물렀다. 현대차는 2020년에는 법인세 132억원을 환급받기도 하는 등 나라에 기여하는 세금 기여도는 높지 않았다.
오일선 소장은 “자동차 업종은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현대차의 법인세 비용은 매출 대비 높지 않다. 기아는 상대적으로 지난해 현대차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재계 4위 LG그룹의 경우 LG화학이 7999억원으로 기업 법인세 톱10 중 4위에 올랐다. LG화학은 LG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이 되고 있는 2차 전지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다.
IT 기업 중에는 네이버가 5646억원으로 가장 많은 법인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호황을 누렸던 은행업계에서는 기업은행이 6961억원으로 최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