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지난 22~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후반기 첫 3연전을 모두 졌다. 이어 서울 잠실구장으로 옮겨 26일 두산 베어스에 1-6으로 패했다. 전반기 막판 4연승의 상승세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후반기 4연패를 당했다.
결과만큼 경기 내용도 좋지 않았다. 후반기 4경기에서 6점을 얻는 동안, 무려 43점을 뺏겼다. 리드를 잡은 적 없이 상대에게 끌려갔다. 사실상 경기 시작부터 백기를 들고 있다. 4연패 기간 모두 선취점을 내줬다. 22일 KIA전에선 에이스 찰리 반즈가 0-0으로 맞선 3회에만 4실점 하고 무너졌다. 심판의 공 판정에 집중력을 잃고 무너졌다. 다음날 박세웅은 KIA 양현종과 선발 맞대결에서 6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나름대로 제 몫을 했지만, 1회 초부터 선취점을 내준 끝에 결국 패전 투수가 됐다.
24일 KIA전에선 선발 투수 글렌 스파크맨이 3이닝 동안 9피안타 6실점으로 역대 최다 점수 차 패배(0-23)의 빌미를 제공했다. 뒤이어 나온 진승현-김민기-문경찬은 나란히 5실점씩 했다.
26일 두산전에서는 선발 투수 김진욱이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2피안타 5실점으로 무너졌다. 1회 말 연속 볼넷으로 불안하게 출발한 김진욱은 양석환에게 적시타를 맞고 후속 김재환에게 또 볼넷을 허용했다. 김재호에게 2타점 적시타를 뺏겨 0-3으로 벌어진 뒤 강승호 타석 때 폭투까지 저질렀다. 가까스로 내야 뜬공 처리하고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올리자마자 김진욱은 교체됐다. 롯데는 1회에만 6점을 뺏겨 또 백기를 들었다.
연합뉴스 롯데 타선은 올스타 휴식기 이후 차갑게 식었다. 23일 KIA전 8회부터 26일 두산전 8회 초 1사까지 총 18과 3분의 1이닝 동안 무득점을 기록했다.
마운드는 사정이 더 나쁘다. 후반기 선발진(평균자책점 10.57)과 구원진(11.44) 모두 부진한 가운데 반즈와 박세웅은 6월 이후 3승 5패, 1승 4패에 그치고 있다. 스파크맨은 18차례 등판에서 아직 2승(4패)밖에 없다. 선발 등판은 최다 공동 9위인데, 규정이닝을 채우지도 못했다. 평균자책점은 5.29로 나쁘다. 유망주 김진욱은 반복되는 제구 불안에 발목 잡혀 고전하고 있다. 9이닝당 볼넷이 6.70개로 여전히 많다. 리그에서 4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가장 높은 수치다.
2017년 이후 5년 만에 가을 야구 진출에 도전하는 롯데는 전반기 막판 4연승을 기록했다. 휴식기에는 외국인 타자 DJ 피터스를 방출하고, 새롭게 잭 렉스를 데려오며 후반기 기대감을 높였다.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오히려 팀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후반기 연패는 순위 경쟁팀과 맞대결 결과여서 더욱 뼈아프다. 쫓는 5위 KIA에 3연전 싹쓸이 패배를 당했고, 7위 두산과의 첫판을 내줬다.
지난 24일 KIA전에서 스코어가 0-21까지 벌어지자 일부 롯데 팬들은 KIA 타자의 이름을 연호했다. 롯데 응원단이 진땀을 흘리며 홈팬을 달랬다. 으레 이런 상황에서 현장 사령탑은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 죄송하다"고 말할 터. 그러나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그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코멘트도 할 수 없다"며 답을 피했다. 오히려 "(최다 점수 차 불명예 패배도) 야구의 일부분"이라며 "(선발 투수였던) 스파크맨은 스트라이크를 던졌지만, 빗맞은 안타가 나오는 등 불운이 있었다"고 했다. 팀과 선수의 부진을 냉철하게 인식하지 않고, 희망적인 상황만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