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 ENM 제공 할리우드가 안 부럽다. 한국형 창작 SF 영화 ‘외계+인’의 개봉과 함께 다시 한번 한국의 높은 VFX(시각적 특수효과) 기술력이 회자되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외계+인’은 그야말로 한국의 VFX 기술력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현대뿐 아니라 과거와 외계까지 넘나들다 보니 비주얼적으로 구현해야 할 요소들이 많았고, 굉장히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했다. 약 1년간의 프리 프로덕션 기간을 가졌고 촬영 기간만 13개월여에 이르렀다. 출연 배우인 김의성이 “1년 동안 이렇게 긴 회차를 찍는 영화는 한국 영화사에서 처음이지 않나 싶다”고 이야기했을 정도. 사진=CJ ENM 제공 ‘외계+인’ 촬영에는 로닌, 테크노 크레인, 러시안암 등 대형 촬영 장비들이 투입됐다. 또 한국 상공에 외계인이 나타나 추격신을 벌인다는 상상력을 구현하기 위해 길이 200m, 가로 폭 100m에 달하는 대규모 오픈 세트가 만들어졌다. 이 덕에 관객들은 마치 종각에 진짜 외계 우주선이 나타난 것 같은 실감 나는 화면을 만날 수 있었다. 김태경 촬영감독은 제작기 영상에서 ‘외계+인’에 대해 “한국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난이도 높은 SF 영화”라고 평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cg 사용 장면. 사진=ENA 제공 한국이 SF나 VFX의 변방이라는 것은 이미 옛날이야기다. 한국의 VFX 기술은 가히 세계 최정상급이다. 특히 생활 CG(컴퓨터 그래픽)가 특장기다. 최근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ENA 수목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그 예들을 잘 확인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생각이 실제 화면과 섞여 구현된다거나 주인공 우영우(박은빈 분)의 눈에 고래가 자주 나타나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 시대적 상황에 맞춰 간판의 글씨를 지우고 옛 것으로 변경한다거나 현대적인 배경을 1970~1980년대처럼 수정하는 것도 생활 CG 가운데 하나다. 이 같은 기술들은 영화와 드라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두루 쓰이고 있다.
한국형 창작 SF 영화의 신기원이 된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의 경우 후반 작업에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VFX 전문가만 1000여명이 참여해 다양한 우주 청소선들과 우주 공간,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유해진 분) 등 풍성한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제 VFX 기술은 후반 작업에만 잠시 활용되는 분야가 아니다. 철저하게 VFX 기술 사용을 염두에 두고 관련 회사들이 작품의 프리프로덕션 및 촬영 단계에서부터 관여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스위트홈’에는 국내 최초로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이 사용됐다.
‘스위트홈’의 대표적인 빌런 크리처인 근육 괴물을 예로 들면 과거에는 배우, 카메라 감독, 현장 스태프들 모두가 괴물의 존재를 상상하며 촬영을 진행해야 했지만,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을 이용해 카메라 스크린에 바로 근육 괴물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배우들은 더 실감 나는 연기를 할 수 있었고, 스태프들은 괴물의 크기와 속도감을 미리 파악해 원활한 촬영이 가능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위트홈’ VFX 작업을 함께해 ‘괴물의 아버지’라 불리는 웨스트월드 손승현 대표는 지난해 넷플릭스 파트너데이에서 “‘스위트홈’의 경우 괴수들의 크기가 제각각이었다”며 “버추얼 프로덕션이 괴수들의 움직임과 공간감 등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헤어질 결심'에 사용된 광대역 3D 스캐너. 사진=부산영상위제공 최근 N차 관람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헤어질 결심’에도 관련 기술이 사용됐다. 광대역 3D 스캐너가 그것. 광대역 3D 스캐너는 사진이나 영상만으로는 얻기 힘든 촬영지의 정확한 거리와 위치를 파악해 광범위한 로케이션 공간과 세트장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장비다. 흔히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딱히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작품에서도 두루 관련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시청자와 관객들이 눈치 못 채는 사이 한국의 VFX 기술력은 세계 최고의 자리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