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전기차 브랜드가 일제히 전기차 가격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는 게 이유다. 다만 국내 인상 폭은 업체마다 다르다. 폴스타는 일부 옵션만 40만원을 올린 반면, 테슬라는 기본 차량가를 1500만원가량 인상했다. 업계는 현대차·테슬라가 양분하는 국내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폴스타가 '착한 전기차' 전략을 들고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폴스타, 일부 옵션만 가격 인상
13일 업계에 따르면 폴스타 본사는 이달 한국과 영국·스웨덴·독일·노르웨이 등에서 판매하는 '폴스타2'의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글로벌 확산 여파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의 불안정, 니켈 망간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등으로 자동차 생산 원가가 상승하고 있어 판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컨설팅 회사 앨릭스 파트너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기차 1대 생산 시 평균 원자재 비용은 8255달러(약 1075만원)로 2020년 3월 평균 비용 3381달러(약 440만원)와 비교하면 144%나 증가했다.
폴스타의 이번 가격 인상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국가별 인상 폭이 다르다는 데 있다.
먼저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고성능 전기차 폴스타2의 판매 가격은 변동이 없다. 기본 판매 가격 대신, 일부 옵션만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폴스타2 롱레인지 싱글모터(5490만원), 롱레인지 듀얼모터(5990만원)의 가격도 기존과 동일하다. 옵션 중 파일럿 라이트 패키지(259만원→299만원)와 플러스 패키지(499만원→539만원)만 인상됐다. 퍼포먼스 패키지(649만원)와 주요 옵션인 나파 가죽(449만원), 20인치 휠(149만원)은 예전과 같은 가격으로 적용된다.
이 같은 가격 정책은 폴스타가 진출한 국가 중에서 가장 공격적이다. 가격 인상 후 폴스타2 롱레인지 싱글로터 판매가격은 한화 기준 스웨덴이 7089만원, 영국 7257만원, 독일 6350만원, 노르웨이가 5440만원 수준이다.
노르웨이는 국내와 판매가격이 비슷하지만, 이번 인상에서 옵션을 65만원가량 올렸다. 사실상 한국이 전 세계에서 폴스타2를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국가인 셈이다.
폴스타코리아 관계자는 "올해 초 국내 론칭 시 글로벌 시장서 가장 매력적인 가격과 상품성으로 선보인 바 있다"며 "옵션 가격 일부 상승했지만, 전기차 구매 보조금 구간 이내여서 소비자들에게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테슬라, 올해만 수차례 가격 인상
폴스타의 가격 정책을 두고 업계에서는 '착한 전기차'라는 말까지 나온다. 전기차 가격 인상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가격 인상 폭을 최소화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주도하는 수입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폴스타가 가격을 무기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더욱이 폴스타의 이런 가격 정책은 테슬라와 비교된다. 테슬라는 올해에만 이미 3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주력 모델인 모델3의 경우 지난 3월 300만원, 5월 240만원, 6월 554만원을 각각 인상했다. 이에 2019년 출시 당시 5239만원이던 모델3의 가격은 올해 현재 7034만원까지 치솟았다. 모델Y도 마찬가지다. 3월 660만원, 5월 300만원, 6월 536만원을 올렸다. 올해만 약 1500만원이 인상됐다. 이로 인해 모델Y 가격은 9485만원으로 1억원에 근접했다.
테슬라가 쉬지 않고 가격을 올리자, 일부에서는 "테슬라는 지금 사야 가장 싸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테슬라 측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과 원자재 가격 상승, 차량 기능 업그레이드 등에 따른 가격 인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서 40만원을 올린 폴스타도 비슷한 제조 환경에 놓여 있지만 유독 테슬라만 큰 폭의 가격 조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각종 악재가 속출해 전기차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도 "테슬라의 경우 유독 가격 변동 폭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상 연식 변경, 부분 변경 등에 맞춰 가격을 새로 매길 뿐 외부 환경에 따라 가격을 바꾸는 경우는 드물다"며 "테슬라는 '비싸도 살 사람은 산다'는 판단 때문인지 몰라도 올려도 너무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