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리그 스트라이크존(S존)은 '잠재적 뇌관'에 가깝다. 개막 이후 선수들의 불만이 누적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시한폭탄처럼 아슬아슬하다. 전반기도 마치기 전에 벌써 스트라이크 판정에 항의하다 6명(감독 포함)이 퇴장당했다. 현장에선 투수와 타자를 가리지 않고 "심판의 권한은 인정하지만, 판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리그에 적응하는 외국인 선수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가장 큰 불만은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A 구단 외국인 투수는 "명확하게 정의된 S존이 없는 것 같다. 어떤 심판은 홈플레이트에서 벗어난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고 어떤 심판은 그렇지 않다. 매 경기 다른 S존을 갖고 경기하는 느낌"이라며 "개막 전 들은 설명대로 S존이 운영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B 구단 외국인 타자는 "S존을 넓히는 건 좋다. 하지만 너무 불규칙하다. 일관성이 없으니까 2스트라이크 이후 생각이 많아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S존에 변화를 줬다. 야구 규칙에 나오는 S존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공언하며 개막 전 설명회까지 열었다. 야구 규칙에서 S존은 '유니폼의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 베이스 상공을 말하며, S존은 공을 치려는 타자의 스탠스에 따라 결정된다'고 정의돼 있다. 그동안 심판들은 S존에 걸치는 애매한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지 않으면서 야구 규칙에 명시된 것보다 S존이 좁게 운영됐다.
S존이 넓어지면 타자보다 투수에게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판정이 일관성을 잃으면서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C 구단 외국인 투수는 "심판마다 고유한 S존을 갖는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잡아주던 공을 안 잡아주면 투수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심판들이 구단을 방문해 'S존의 정상화'라고 설명한 것과 비교하면 분명히 다르다"고 했다. D 구단 외국인 투수는 "심판에 따라 코스의 유불리가 다 다르다. 같은 코스에 공을 던졌는데도 판정이 달라진다는 게 문제다. 이런 게 쌓이다 보면 멘털이 흔들려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며 "영리한 선수는 주어진 환경에 맞춰 적응하고 공략한다. 하지만 그건 일관성 있는 규제(S존)가 있을 때나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주석(28·한화 이글스)은 지난 16일 경기 중 스트라이크 판정에 거세게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헛스윙 삼진을 당한 뒤 배트를 바닥에 강하게 내리쳤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헬멧까지 집어 던졌다. KBO 상벌위원회는 하주석에게 출전 정지 10경기, 벌금 300만원,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40시간 중징계를 내렸다. 선수의 과격한 행동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현장에선 "그 정도로 판정에 불만이 쌓였다"고 옹호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C 구단 외국인 타자는 "스트라이크도, 볼도 잘못된 콜이 많다. 심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S존을 넓힌다고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더 좁아진 느낌이다. 타자 입장에선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추신수(40·SSG 랜더스)를 예로 들며 "선수마다 S존이 다른 것 같다"고도 지적했다. 선구안이 좋기로 소문난 추신수 타석에선 심판들의 S존이 좁게 적용된다는 의미였다.
A 구단 외국인 투수는 "만약 S존을 넓힐 거였으면 홈플레이트 크기도 함께 변화를 줘서 선수들이 달라진 부분을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했다"고 조언했다. E 구단 외국인 투수는 "심판도 사람이고,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경기의 일부"라고 말했지만 "매 경기 조금씩 S존의 차이가 있다"고 인정했다.
허운 KBO 심판위원장은 지난 3월 S존 설명회에서 "결정적인 순간 공 하나에 (판정이) 걸리면 이슈가 많이 될 거"라고 우려한 바 있다. 프로야구 한 경기에선 200번 이상의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이 이뤄진다. 결정적인 순간이 아니더라도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