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시즌에도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의 방망이는 여전히 뜨겁다. 까마득한 후배, 외국인 선수와 타격왕·최다안타 1위를 놓고 다투고 있다.
이대호는 20일 기준으로 타율 0.347를 기록, 이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5월 31일까지 타율 0.400을 기록한 삼성 라이온즈 호세 피렐라(0.355)의 방망이가 여름(6월 타율 0.231) 들어 주춤하면서 격차를 많이 좁혔다. 타율 3~5위 KIA 타이거즈 소크라테스 브리토(0.341), 롯데 한동희(0.339)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0.337) 등의 추격도 만만치 않은 가운데, 이대호는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대호는 최다안타 부문에서도 3위(85개)를 기록, 1~2위 소크라테스(89개)와 피렐라(87개)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아직 정규시즌의 반환점도 돌지 않은 데다 부상 등 변수가 많아 타이틀 경쟁을 주목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전반기 타격 레이스를 주도하는 선수가 이대호이기에 의미가 있다.
이대호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다. 통산 홈런 3위(359개)위 올라 있다. 부드러운 스윙과 콘택트 능력까지 겸비한 덕분에 2006년(0.336)과 2010년(0.364), 2011년(0.357) 등 3차례 타격왕에 올랐다. 선수 생활 마지막 시즌에 타격왕을 차지한다면 장효조(1983·1985·1986·1987년)와 양준혁(1993·1996·1998·2001년)이 가진 최다 타격왕(4회)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이대호가 넘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기록은 KBO리그 최고령 타격왕이다.
현재 이 기록은 LG 이병규 퓨처스리그 타격 코치가 갖고 있다. 1974년 10월생인 이병규는 서른아홉 살이었던 2013년 타율 0.348로 타이틀을 획득했다. 초대 타격왕 백인천 역시 이병규와 같은 39세에 타율 1위에 올랐지만, 생일이 이병규보다 한 달가량 늦다.
이대호는 올해 마흔 살이다. 이대호가 대업을 이룬다면 메이저리그(MLB)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1958년, 전 보스턴), 개인 최다 홈런(756개) 기록자 배리 본즈(2004년, 전 샌프란시스코)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윌리엄스와 본즈 둘 다 40세에 타격왕에 올랐다.
이대호는 경쟁자들보다 꾸준하다. 피렐라와 소크라테스, 한동희는 다소 기복을 보이지만, 이대호는 월간 타율 0.323~0.356를 오가고 있다. 타격왕에 오른 경험도 있고, 주로 지명타자로 나서 경쟁자들보다 체력 부담이 적은 편이다.
은퇴를 앞둔 40대 선수의 성적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해외 무대 진출 전인 2011년(타율 0.357) 이후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이다. 이대호는 KBO리그에 복귀한 2018년 타율 0.320, 이듬해 타율 0.333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세 시즌 타율은 0.285-0.292-0.286로 3할에 미치지 못했다.
이대호는 '개인'보다 '팀'을 강조하고 있다. 은퇴 시기를 밝힌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내가 못해서 벤치에 앉아 있더라도, 팀과 후배들이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2001년 입단 후 롯데에서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한 '우승의 한'이 있어서다. 지난해 1월 롯데와 FA(자유계약선수) 2년 계약하며, 우승 옵션을 1억원씩 넣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대호의 활약은 곧 승리의 징검다리다.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유통 라이벌' SSG 랜더스와 홈경기에서 이대호는 2-4로 뒤진 8회 말 무사 1·2루에서 1타점 적시타로 팀의 7-4 역전승을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9일 삼성전에서는 연장 11회 말 끝내기 안타를 기록했고 12일 KT 위즈전에서는 멀티 홈런(5타수 4안타 3타점)을 폭발했다.
그는 "떠나는 마당에 (개인 성적에) 욕심 없다. 정규시즌 144번째 경기가 내 마지막 경기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가을야구 1~2경기라도, 더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