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헌곤(34)의 부진이 심각하다. 김헌곤은 지난달 28일 LG 트윈스전부터 18경기 39타석 무안타를 기록 중이다. 연속 타석 무안타 팀 역대 2위(1위 진갑용·42타석)에 해당할 정도로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다. 박해민(현 LG 트윈스)의 빈자리를 채워줄 것으로 기대됐던 김헌곤이 부진하자 삼성의 중견수 자리는 무주공산이 됐다.
기회를 잡은 건 프로 2년 차 김현준(20)이다. 김현준은 지난달부터 사자군단의 주전 중견수 자리를 꿰찼다. 시즌 초반에는 대수비나 대주자로 쓰임새가 제한적이었지만, 어느새 선발 라인업의 단골 멤버가 됐다.
그의 활약이 돋보였던 건 지난 17일부터 열린 광주 원정 3연전이었다. 김현준은 세 경기 모두 중견수로 선발 출전, 타율 6할(10타수 6안타)을 기록했다. 출루율(0.714)과 장타율(0.900)을 더한 OPS가 1.614로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0.111)보다 더 높았다. 1, 2번 타순에서 공격 활로를 뚫어내며 팀의 위닝시리즈(2승 1패)를 이끌었다. 특히 19일 경기에선 2타수 2안타 3볼넷 2도루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첫 세 타석에서 모두 볼넷을 골라낸 뒤 나머지 두 타석에선 안타를 때려냈다. 삼성의 리드오프가 한 경기 5번의 출루를 달성한 건 올 시즌 처음. 타석 당 투구 수도 5.2개로 많았다. 시즌 타율은 0.298(94타수 28안타)로 3할에 근접했다.
개성고를 졸업한 김현준은 2021년 신인 2차 9라운드 전체 83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금이 300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기대가 큰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해 퓨처스리그(2군)에서 타율 0.372(129타수 48안타)를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22시즌을 1군 스프링캠프에서 준비했고, 개막전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주축 선수들이 코로나19 문제로 대거 빠지면서 기회를 잡았지만, 전력이 재정비되면서 개막 일주일 만에 2군으로 내려갔다.
두 번째 기회는 빠르게 찾아왔다. 김승규·김재혁 등을 테스트한 허삼영 삼성 감독은 4월 26일 김현준을 콜업했다. 이후 김현준은 1군 엔트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출전 기회를 주셔서 하루하루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팬들의 사랑도 많이 받아 행복하다"며 "수비는 늘 자신 있다고 말했지만, 경기에 출전하면 기본에 충실하자고 마음먹고 있다. 더 좋은 포인트에서 타격하고 볼카운트 싸움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 타선엔 비상이 걸렸다. 테이블 세터로 활약한 김지찬이 허벅지 근육 손상 문제로 지난 18일 1군에서 빠졌다. 복귀까지 최소 6주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허삼영 감독은 김지찬이 빠진 뒤 치른 두 경기에서 모두 김현준을 리드오프로 내세웠다. 그는 "시즌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데 팬분들께서 야구장에 더 많이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다. 다치지 않고 계속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