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6일 칠레와 벌인 6월 A매치 4연전의 두 번째 평가전에서 2-0 승리를 거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는 황희찬(울버햄튼)과 손흥민(토트넘)이 연이어 득점포를 가동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완승’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수비 불안이 다시 한번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칠레전에서 벤투 감독은 지난 2일 브라질전과 비교해 4명의 선발 스쿼드를 바꿨다. 가장 눈에 띄는 교체는 수비수. 칠레전에서는 김영권(울산 현대)과 이용(전북 현대) 대신 정승현(김천 상무)과 김문환(전북)이 각각 중앙 수비와 오른 측면 수비를 맡았다. 칠레와 경기를 앞두고 “몇몇 선발 라인업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던 벤투 감독이 실제로 수비 명단에 변화를 줬다.
벤투 감독은 보수적인 선수기용을 하는 편이다. 칠레전 스쿼드에 변화를 준 건 브라질전에서 잦은 수비 실수가 나오며 1-5 대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표팀은 홍철(대구FC)-김영권-권경원(감바 오사카)-이용으로 포백을 구성했다. 그러나 네이마르, 히샬리송 등 세계적인 공격수가 측면을 돌파하자 번번이 공간을 내줬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는커녕 상대를 따라가기 바빴다.
칠레와 경기에서 무실점 승리를 거뒀지만 벤투 감독의 머리는 여전히 복잡하다. 전반 44분 대표팀 수비 진영의 패스 실수로 생긴 칠레의 역습 상황에서 침투 패스 한 번에 실점 위기를 맞았다. 후반 15분엔 칠레 공격수 벤자민 브레레턴에게 헤딩 골을 허용했다. 오프사이드 선언이 됐지만 수비수들이 뒷공간에 있던 브레레턴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한 게 드러났다.
상대 압박에 수비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순간적으로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놓쳤다. 3선 수비와 최후방 라인이 수비 불안을 노출하면 곧바로 실점으로 연결될 위험이 생긴다. 골키퍼 김승규(가시와 레이솔)가 여러 차례 앞으로 달려 나와 급하게 공을 커팅을 해야 할 만큼 수비에서 호흡 문제는 과제로 남았다.
벤투 감독은 “(수비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지난 경기보다 문제점은 적었지만 불필요한 리스크와 함께 경기했다. 수비 라인을 내려 플레이할 때 수비에서 실수가 나왔다. 우리가 해야 할 건 실수를 개선하고 향상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민재(페네르바체)와 김진수(전북)의 수비 공백은 여전히 컸다. 김민재와 김진수는 각각 발 부상과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특히 후방 빌드업의 중심이자 빠른 스피드로 커팅 타이밍이 좋은 김민재는 대체 불가한 자원이다. 칠레전에서 상대 수비수 알렉스 이바카체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이로 인한 상대의 수적 열세로 한국이 경기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에 수비 약점이 덜 부각됐다.
2022 카타르월드컵을 5개월가량 앞둔 시점에서 김민재 같은 수비수를 당장 찾기는 불가능하다. 김민재가 부상에서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한국은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한 조에 편성됐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 등을 막으려면 김민재에게 의존해야 하는 게 대표팀 수비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