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의 주장이자 개막전 주전 중견수였던 김헌곤. 1할대 빈타에 허덕이며 최근 경기 출전 횟수가 줄었다.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가 중견수 박해민(32·LG 트윈스)의 공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삼성의 외야를 지켰던 박해민은 지난해 12월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이적했다.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던 그는 4년 최대 60억원(계약금 32억원, 연봉 6억원, 인센티브 4억원)을 제시한 LG 유니폼을 입었다.
삼성은 박해민과의 FA 협상에서 미온적이었다. 그렇다고 외부 FA를 영입한 것도 아니었다. 그 배경에는 박해민의 공백을 내부 자원으로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당시 허삼영 삼성 감독은 "김헌곤을 중견수로 옮기는 것과 신예 선수를 기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계획은 스프링캠프부터 어긋났다. 삼성은 박해민의 대안이라던 박승규가 캠프 초반 허리 통증으로 이탈했다. 허삼영 감독이 선택한 개막전 중견수는 김헌곤이었다. 주 포지션이 좌익수인 김헌곤은 근성 있는 플레이가 돋보이는 선수다. 수비 범위가 넓은 중견수는 빠른 발과 기민한 타구 판단이 필요하지만 김헌곤의 수비 디테일은 박해민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허삼영 감독은 '예비 FA' 김헌곤에게 주장까지 맡겨 힘을 실어줬다.
개막 두 달 만에 삼성의 중견수는 취약 포지션으로 전락했다. 올 시즌 삼성의 중견수 타율이 6일 기준으로 0.176(176타수 31안타)로 KBO리그 최하위. 이 부문 1위 NC 다이노스(0.353)보다 2할 가까이 낮다. 리그 평균(0.274)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누구도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김헌곤의 중견수 타율이 0.127(71타수 9안타). 50타석 이상 소화한 중견수 13명 중 타격과 출루율(0.182) 장타율(0.169) 모두 꼴찌다. 박승규(0.118)와 김성윤(0.150) 김성표(0.154) 모두 1할대 타율에 머문다.
최근 김현준(0.273)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순위 경쟁 중인 키움 히어로즈(이정후) KIA 타이거즈(소크라테스)가 중견수 포지션에 강점이 있는 것과 달리 삼성은 약점만 두드러진다. 피렐라와 구자욱이 버티는 코너 외야와 달리 중견수는 시즌을 치를수록 무게감이 더 떨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포수 강민호의 타격 부진(0.212)이 겹치면서 센터 라인의 공격력이 더 약화했다.
박해민은 지난해 중견수로 타율 0.295(444타수 131안타)를 기록했다. 리그 중견수 중 타격 5위, 출루율 3위로 수비 못지않게 타석에서의 존재감도 빛났다. 리드오프로 공격의 활로를 뚫어내는 역할까지 수행했다. 삼성은 박해민의 대안을 찾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그 사이 26승 28패로 5할 승률이 무너졌다. 2군(퓨처스리그)에서 올릴 수 있는 자원도 마땅치 않다. 허삼영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