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BO리그 SSG랜더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17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SSG 투수 윤태현이 8회 보크로 페르난데스에게 득점을 허용하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SSG 랜더스 뒷문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SSG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9-9로 무승부를 거뒀다. 경기 초반 8-1로 달아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승패는 없었지만 패배만큼 치명적인 결과였다.
불펜 투수들이 다시 한번 무너졌다. 선발 이반 노바가 5와 3분의 1이닝 5실점으로 흔들렸지만, 당시 점수 차는 석 점. 충분히 지켜낼 수 있는 차이였다. 더구나 타선도 7회 초 한 점을 추가해 점수 차를 벌렸다.
그러나 SSG 불펜진은 이를 지켜내지 못했다. 투수가 없었다. 총 7명의 투수를 올렸지만, 노바의 승계 주자 2명을 포함해 총 5점을 두산에 내주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문자 그대로 속수무책이었다. 불펜 붕괴는 지난주 NC 다이노스와의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5일 경기에서는 8회부터 5명의 투수가 올라왔지만 3이닝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7실점을 기록했다.
필승조의 두께가 날이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 연승가도를 달리던 지난 4월에는 마무리 김택형을 중심으로 서진용-박민호-장지훈-조요한이 뒷문을 책임졌다. 이기는 날이 많은 만큼 등판도 많았다. 꾸준히 실점이 이어진 사이드암 박민호가 12일 2군으로 내려갔다. 이어 마무리 김택형까지 탈이 났다. 4월 평균자책점 0.68 10세이브로 맹활약한 그는 5월 5세이브를 기록하고도 평균자책점이 10.50으로 폭등했다. 결국 지난 15일 투구 중 마운드에서 불편함을 호소했고, 17일 왼쪽 전완근(앞 팔 근육) 부상으로 말소됐다. 지난해 셋업맨이자 신인왕 후보로 활약했던 장지훈도 5월 평균자책점 4.26으로 흔들리고 있다.
A구단 분석원은 "김택형이 시즌 초 너무 많이 던졌다. 보통 구원왕을 언급할 때 30세이브 안팎을 기준으로 말하는데, 김택형은 한 달 반 동안 무려 15세이브(풀 시즌 80경기 57세이브 페이스)를 쌓았다. 주말 시리즈에서도 무리하게 던지는 게 보였다"고 했다. 실제로 김택형은 지난주 주중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리즈에서 평균 시속 145㎞ 안팎을 기록했지만(스탯티즈 기준), 주말 NC전에서는 평균 시속 142㎞ 안팎으로 구속이 떨어졌고 결국 부상으로 확인됐다.
초보 필승조들의 멘털이 아직 여린 것도 원인이다. 김원형 감독은 박민호와 김택형의 부진에 대해 "두 사람은 실점하면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해한다. (불필요하게) 성격이 착하다. 경기를 하다 보면 그런 일이 생기니 미안해할 일이 아니다"라며 "다음 등판에서 좋은 결과를 내서 잊어버려야 하는데 민호가 실점한 이후 다음 경기에서 다시 홈런을 맞고 흥분하더라. 냉정해야 한다"고 짚었다.
여유 있게 지켜내던 선두 자리도 이제 위협받고 있다. 2위 LG 트윈스와의 승차도 17일 기준 3경기까지 좁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