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는 15일 기준으로 타율 0.370(138타수 51안타)를 기록, 호세 피렐라(0.395·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타격 2위에 올라가 있다. 후계자 한동희(롯데)와 함께 최다안타 공동 2위이고, 장타율(0.500·9위)과 출루율(0.403·8위)도 톱10에 포함되어 있다. 불혹을 넘긴, 은퇴를 앞둔 선수의 성적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활약이다. 장타력은 전성기 시절보다 조금 떨어졌지만, 타격왕과 최다안타 타이틀을 다툴 만큼 정교함은 여전하다.
이대호는 거인 군단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선수다. 롯데 4번 타자하면 가장 먼저 이대호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대호는 지난해 이맘때 4번 타자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허문회 전 감독 체제에서 이대호는 4번 타자로만 출전해 팀 내 타율과 홈런, 타점 모두 1위를 달렸다. 그러나 허 감독이 지난해 5월 11일 경질됐고, 새로 부임한 서튼 감독의 이대호 활용법은 조금 달랐다.
서튼 감독은 지난해 이대호를 4번 타순에 단 한 차례도 기용하지 않고, 전준우와 정훈·안치홍을 번갈아 4번으로 내세웠다. 서튼 감독은 이대호를 주로 3번(223타석) 타자로 많이 활용했다. 5번(37타석)과 6번(67타석)까지 타순이 내려가기도 했다. 이대호는 "팀을 위해서라면 어느 위치든 상관 없다"고 말했다.
은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대호는 실력으로 제자리를 되찾았다. 올 시즌 초 돌풍을 일으킨 롯데는 이달 들어 잠시 흔들렸다. 마운드의 힘은 여전했지만, 타선이 주춤했기 때문이다. 서튼 감독은 "더 다이나믹한 라인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지난 7일 삼성전부터 전준우를 2번으로 올리고, 이대호를 4번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이대호는 4번 타자로 복귀한 뒤 매서운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7일부터 15일까지 타율 0.515 3홈런 9타점을 기록했다. 14일 한화전에서는 멀티 홈런을 쏘아 올렸다. 롯데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2연속 위닝 시리즈를 일찌감치 확정하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시즌 전 롯데는 한화 이글스와 함께 '2약'으로 평가됐다. 시즌 초반 이대호는 "누가 우리 팀을 '2약'이라고 하나"라고 되물으면서 "우린 약한 팀이 아니다. 흐름을 타면 우리만큼 무서운 팀이 없다"고 했다. 그는 4번 타자로서 자신의 말을 입증하고 있다.
더군다나 한동희가 최근 10경기 타율 0.237 1홈런 3타점으로 주춤하고 있다. 이대호는 후계자의 부진을 덮어주고, 부담감을 덜어주는 동시에 팀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지난해 1월 롯데와 2년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으면서 이대호가 내세운 목표는 오로지 우승이다. 선수로 뛰는 마지막 시즌에도 특별한 클래스를 선보이고 있다. 해피엔딩을 꿈꾸는 이대호는 "팀 분위기 정말 좋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