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팍스가 원화마켓에 입성하며 국내 가상자산(가상화폐) 거래소가 5곳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후발주자인 고팍스는 거래 수수료를 무료로 내세우며 차별화에 나섰고, 다른 거래소들은 수수료를 두고 눈치를 보게 됐다. 그동안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증권사 대비 4배 이상 비싼 거래 수수료로 소비자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5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원화마켓 개장에 나선 고팍스는 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팍스의 기본 거래 수수료율은 0.2%다.
고팍스는 지난해 10월부터 비트코인(BTC) 마켓 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시작해 현시점까지 이어가고 있는데, 원화마켓에서도 '수수료 무료 이벤트'로 고객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해당 이벤트 기간은 이달 말까지로 공지했지만, 고팍스 내부에서도 수수료 인하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거래소 중에서는 코빗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지난달 20일부터 지정가 주문에 대해 0.05%의 수수료를 이용자에게 돌려주는 '리워드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매매 체결 수수료를 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원화 포인트로 환급받는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코빗은 시장가 주문이면 0.2% 매매 체결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 밖에 업비트의 경우 0.05%의 매매 체결 수수료를 받고, 빗썸은 0.25%, 코인원은 0.2%를 받는다.
다만, 빗썸과 코인원은 거래액이 많은 투자자에게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빗썸에서 쿠폰을 구매하면 5억 원까지 0.065%의 수수료율 부과하고 있다. 또 30일 누적 거래액이 200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거래액 5억 원까지 0.04%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쿠폰을 구매해 사용할 수도 있다.
또 코인원은 월 거래액이 30억 원 이상이면 VIP로 분류해 지정가 주문 시 0%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시장가로 주문하면 0.01%의 수수료 혜택을 준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수수료를 두고 나름의 방법을 찾는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은 수수료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 비트코인 커뮤니티에는 "수수료 경쟁이 붙어서 낮아졌으면 좋겠다" "코빗이 코인 업계에 파장을 줄 것으로 보인다" "0.02% 정도로만 낮춰줘도 좋겠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국내 거래소는 그동안 해외 거래소나 증권사 대비 높은 수수료를 책정해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지난달 유경준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존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평균 수수료는 0.16%로, 글로벌 거래소인 바이낸스 0.065%, 미국 거래소 FTX 0.0.33%, 중국 거래소 후오비글로벌 0.135%와 비교해 최대 4.8배 이상 비싸다. 게다가 주요 증권사 평균 수수료(0.04%)와 비교해도 4배나 높은 수준이다.
이런 수수료율로 수수료가 가장 낮은 1위 거래소 업비트는 지난해 매출 중 수수료 수익으로만 3조6850억 원, 전체의 99.47%를 차지하는 실적을 냈다.
이에 대해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증권사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업력 차이가 수십 년"이라며 "송금 체계도 다르다. 증권 거래와 다르게 가상화폐 거래소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쓰며 소위 '가스비'라고 하는 수수료도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고민하는 분위기다.
이 관계자는 "수수료가 비싸다는 인식에 대해 알고 있고 고민하고 있다"며 "일단 수수료를 내리자니 매출에 큰 영향을 주니 조심스러운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자연스럽게는 앞으로 실명계좌 거래소들이 더 나와서 거래소 간 경쟁을 하는 게 아무래도 수수료 인하의 본격적인 시작일 거라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