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KT는 14일까지 치른 10경기에서 8패(2승)를 기록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 8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4연패를 끊었지만, 다음 경기부터 또 4연패를 당했다.
올 시즌 KT는 6점 이상 얻은 경기가 한 번도 없을 만큼 공격력이 가라앉았다. 마운드 사정도 좋은 편이 아니다.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선발 등판한 두 경기 모두 4점 이상 내주며 고전했다. 윌리엄 쿠에바스는 팔꿈치 부상으로 두 차례 이상 등판을 거른다. 2021시즌 필승조 박시영과 조현우도 부진하다. 그사이 우승 경쟁팀 SSG 랜더스는 개막 10연승을 거두며 멀리 달아났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스 고영표가 깔끔한 투구로 위안을 주고 있다. 그는 시즌 첫 등판이었던 6일 SSG전에서 8이닝 3실점 하며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냈다. 1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6이닝 동안 5피안타 2실점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고영표가 마운드에 있을 때 KT 타선의 득점 지원은 단 한 점뿐이었다. 고영표는 잘 던지고도 2패를 안았다. 그러나 투구 내용은 매우 좋았다. SSG전에서는 탈삼진 10개를 잡아냈다. 볼넷도 없었다. 주 무기 체인지업도 한층 정교해졌다. 두산전에서는 이 구종을 결정구로 삼진 5개를 잡아냈다.
김원형 SSG 감독은 "(6일 KT전에서) 1회 초 한유섬의 홈런으로 3점을 얻긴 했지만, 이후에는 우리 팀 타자 대부분 고영표의 공을 거의 치지 못했다. 특정 타자만 유독 약했던 게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강철 KT 감독도 분투하고 있는 고영표를 향해 "지금같은 투구를 유지한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승수)도 따라올 것"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고영표는 지난 시즌(2021) QS 부문 공동 1위(21번)에 올랐다. 경기당 평균 이닝(6과 3분의 1이닝)도 1위였다. 리그에서 가장 꾸준하고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여줬다. KT 다른 선발 투수인 배제성과 소형준은 "(고)영표 형처럼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게 목표"라고 입을 모았다.
고영표는 올해도 개막 첫 두 경기에서 모두 QS를 해내며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였다. 개막 전 다짐한 각오도 잘 지켰다. 그는 "개인 기록보다는 가장 좋았을 때(2021시즌 후반기) 경기 운영 감각을 (2022시즌) 전반기부터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더 정교한 체인지업 제구력을 위해 집중하고, 퀵 모션(슬라이드 스텝)과 투구수 관리도 잘해내겠다는 의미였다. 전보다 커진 기대치로 인한 부담감도 잘 다스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