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박지성을 막던 포르투갈의 파울루 벤투(왼쪽)는 현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다. 포르투갈은 당시 한국에 0-1로 졌다. [중앙포토]
아델 아델 아흐메드 말랄라(카타르)가 ‘KOREA REPUBLIC’이라고 적힌 조 추첨 용지를 펼치자, 파울루 벤투(53)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2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조 추첨에서 H조에 포르투갈, 우루과이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로 배정됐다. 한국-포르투갈은 12월2일 H조 3차전에서 맞붙는데, 포르투갈 출신 벤투 감독은 조국에 칼을 겨눠야 한다.
20년 전, 2002년 6월14일 인천에서 벤투는 포르투갈 국가대표 수비형 미드필더로 한국을 상대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한국전에서 풀타임을 뛰었다. 하지만 포르투갈은 박지성에게 결승골을 얻어 맞고 0-1로 져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주앙 핀투가 퇴장 당하자 벤투는 머리를 감싸 쥐며 괴로워했다. 공교롭게도 그 경기가 벤투의 A매치 마지막 경기였다. 운명의 장난 같다. 20년이 흘러 벤투는 적장으로 조국을 상대해야 한다. 파울루 벤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EPA=연합뉴스] 벤투 감독은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복잡 미묘한 심경을 드러냈다. 벤투 감독은 “개인적인 것은 분리해야 한다. 포르투갈을 상대로 우리(한국)가 잘 할 것이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내 감정이나 생각을 넣을 수 없다. 스포츠 적인 방식이 아니다. 난 한국을 지휘하고 있고, 포르투갈은 내 조국이다. 내 커리어에서 경험해본 일이 아니지만, 조금 다르게 준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벤투는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으로 유로2012 4강행을 이끌었고,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감독으로 포르투갈 대표팀을 상대하는 건 커리어에서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현재 포르투갈 사령탑인 페르난두 산투스(포르투갈) 감독은 스포르팅 리스본 시절 벤투의 스승이었다. 이란전 후 손흥민과 포옹하는 벤투 감독. [연합뉴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위 포르투갈은 유럽 플레이오프에서 터키, 북마케도니아를 꺾고 힘겹게 본선에 올랐다. 포르투갈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브루노 페르난데스(이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디오구 조타(리버풀)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있다. 특히 한국 간판스타 손흥민과 그의 롤모델인 호날두의 맞대결이 관심사다.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맞대결에서 호날두에게 번번이 판정패했다.
손흥민과 호날두를 모두 지도한 벤투 감독은 “손흥민은 호날두와 대결에 부담이나 압박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다. 손흥민이 호날두를 상대로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축구는) 11명과 11명이 싸운다. 팀으로 상대할 것”이라고 말했다.한국은 포르투갈, 가나, 우루과이와 H조에 속했다. [AP=연합뉴스] 한국은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한조에 속했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과 우루과이는 다른 팀들과 비교해 우승 후보에 가깝다. 우리가 어떻게 준비 할 지가 중요하며, 우리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은 경쟁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별리그) 3경기가 끝났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