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혁은 20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스타크 아레나에서 열린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4㎝를 뛰어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딴 건 이번이 처음. 종전 최고 성적은 손주일이 1995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회 남자 400m에서 기록한 5위다.
우상혁은 첫 번째 높이인 2m15㎝를 스킵 후 2m20㎝을 시작으로 2m24㎝, 2m28㎝까지 1차 시기에 가볍게 넘었다. 2m31㎝을 1, 2차 시기에 실패해 메달권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압박감을 이겨내고 3차 시기에 성공했다. 이어 2m34㎝까지 깨끗하게 넘어선 뒤 포효했다.
우상혁은 2m34㎝에 도전한 4명의 선수가 모두 실패해 금메달을 확정했다. 금메달 확보 후 자신이 보유한 한국 기록(2m36㎝)보다 1㎝ 더 높은 2m37㎝에 도전했지만 1, 2차 시기에선 바를 건드렸고 3차 시기 도전은 포기했다. 군인 신분인 그는 특유의 거수경례 세리머니로 금메달을 자축했다.
이날 경기에서 2m32㎝ 이상을 뛰어넘은 건 우상혁이 유일했다. 그만큼 경기력이 월등했다. 시상식에선 자신의 우상인 스테판 홀름(스웨덴)으로부터 메달을 받아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우상혁은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서 기분이 좋다. 세계챔피언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부담감이 있겠지만, 다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현재 남자 높이뛰기 최강자다. 그는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2m35㎝의 한국 기록을 세우며 4위에 올랐다. 육상 트랙·필드에서 한국 선수가 올림픽 결선에 나선 건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남자 높이뛰기 이진택(당시 8위) 이후 25년 만이었다.
올림픽에서 한국 육상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둔 뒤 더 강해졌다. 지난 2월 체코 후스토페체 세계육상연맹 인도어(실내) 투어에서 한국 기록을 1㎝ 경신하며 우승했다. 같은 달 슬로바키아 반스카 비스트리차 인도어 투어에서도 2m35㎝를 넘어 포디엄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2021년 실외 남자 높이뛰기 세계랭킹 1위 일리야 이바뉴크(러시아)를 4㎝ 차이로 제쳤다.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를 제패한 우상혁은 더 큰 무대로 향한다. 오는 7월 15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열리는 실외 세계육상선수권대회다. 실외 세계선수권 트랙·필드 종목에서 메달을 딴 한국 선수는 아직 없다. 1999년 스페인 세비야 대회 남자 높이뛰기에서 이진택이 기록한 6위가 최고 성적. 우상혁은 올해 남자 높이뛰기 선수 중 최고 기록(2m36㎝)을 보유하고 있어 실외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물론이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유력 금메달 후보다.
우상혁은 여덟 살때 교통사고로 오른발을 다친 후천적 '짝발'이다. 발의 크기가 다르니 밸런스가 잘 맞지 않아 균형 감각이 떨어졌다. 불리한 신체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려야 했다. '연습벌레'로 통하는 그는 "7월 오리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