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KBO 사무국 산하 심판위원회에 속한 1·2군 심판들이 올해부터 바뀐 스트라이크 존(S존) 적응을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2시즌 프로야구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달라진 스트라이크 존이다. KBO리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좁은 스트라이크 존으로 인해 홍역을 치렀다. 이 때문에 투수들의 볼넷이 증가했고, 타자들은 타격 대신 공을 더 지켜보는 방법을 선택했다. 100볼넷 타자들이 대거 등장하는 과정에서 박진감이 떨어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도쿄올림픽 대표팀의 부진 원인 중 하나가 외국 리그보다 좁은 스트라이크 존이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결국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10월부터 스트라이크 존을 확대하겠다며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1월에는 심판들이 모여 새 스트라이크 존을 익히는 공식 훈련도 진행했다.
현재 진행 중인 각 구단 스프링 캠프는 새 존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자리다. 투수들이 혼자 던지는 불펜 피칭부터 시작해 타자를 세워놓고 던지는 라이브 피칭에서도 KBO리그 심판들이 참석해 새 존에 맞게 판정 가이드를 하고 있다.
선수들이 체감하는 건 어떨까. 투수들의 반응은 당연히 긍정적이다. 핵심은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공략하는 하이 패스트볼의 효과가 커진다는 기대다. 지난해 리그 피안타율(0.211)과 이닝당 출루 허용(1.09명) 최저 1위를 기록했던 SSG 랜더스의 외국인 에이스 윌머 폰트는 제주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투구로 새 존을 확인했다. 그는 “지난해 스트라이크 존 위아래는 미국과 조금 차이가 있었다. (KBO리그에) 처음 온 선수들에게는 차이가 크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며 “(달라진 존은) 나를 포함해 모든 투수에게 유리해진 부분이다. 잘 활용해서 경기를 이끌어가겠다”고 평가했다.
통산 134승 투수 출신인 김원형 SSG 감독 역시 “작년 시즌보다 (존이) 확실히 넓어졌다. 높은 스트라이크를 의도적으로 던질 수 있는 투수는 한정돼 있지만 스트라이크 하나로 투수들에게 심리적으로 작용하고 여유를 줄 것”이라며 “제구력이 부족한 강속구 투수들은 자신 있게 타자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자들의 반응이 확연히 달랐다. 지난해 리그 홈런왕(35개) 최정은 "높은 공은 타자 입장에선 치기 어려운 각도”라며 “높은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다 보면 안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바라봤다. 이어 “타자 입장에선 그동안의 존을 눈에 익혀놨기 때문에 (새 존에 대처하기) 어려워졌다. 한순간에 스타일을 바꾸기 쉽지 않다. 새 존 적응 여부에 따라 선수들의 성적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정은 2017년 3루수 단일시즌 역대 최다 홈런(46개)을 기록하는 등 2016~2018년 동안 평균 40.33홈런을 쳤다. 2019년 공인구의 반발력을 낮췄지만, 홈런왕의 위력은 여전했다. 최근 3년 홈런이 97개로 이 기간 리그 1위다.
그런 그에게도 존 변화는 쉽지 않은 문제다. 최정은 “공인구가 바뀔 때는 크게 체감하지 못했지만, 이번엔 좀 강력한 변화라 걱정된다”며 “(2005년) 데뷔 때에 비하면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지긴 했다. 그렇지만 (작년에는) 홈플레이트 기준으로 공 한 개가 빠지면 볼이 됐다. 솔직히 작년 존이 (규정상) 맞는 것 같다"고 새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팀 최고참 추신수 역시 새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 우려했다. 추신수는 앞서 지난 12일 자가격리 해제 후 첫 기자회견에서 스트라이크 존 확대를 2군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23일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심판들의 판정을 지켜본 그는 “스트라이크와 볼은 야구의 시작점이다. 공 판 정 하나에 한 타석, 한 경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실전에서 쓰기 전에 2군에서부터 준비하고 보완해야 하는데 이렇게 단시간 만에 (새 존을) 적용하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추신수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이고 심판 분들도 어려움이 많을 거다. 선수와 심판 사이 마찰도 분명 있을 것이다. (스트라이크존을) 바꿀 수 있지만 이렇게 쉽게 바꿔버리는 건 야구하면서 처음 본다”라고 했다.
새 존에 적응하기 위해 기술적인 변화를 주기도 힘들다. 추신수는 “야구를 30년 동안 했는데 (내 존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 이미 눈과 머리가 칠지 말지를 말해준다. 30년 동안 안 치던 공을 어떻게 치겠나. 그리고 그걸 친다고 좋은 타구가 나올까. 공 반 개의 차이에 얼마나 많은 숫자가 바뀌는데, 너무 쉽게 판단하신 듯하다”고 주장했다. 최정 역시 "높은 공에 대비해 스윙을 (다시) 만들지는 않는다. 선수마다 해법은 있겠지만, 난 예년과 똑같이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