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10개 구단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차기 KOO 총재 선출을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누가 독이 든 성배를 들까. KBO리그 차기 총재를 누가 맡을지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렵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자리는 현재 공석이다. 지난 8일 정지택 총재가 갑작스럽게 사임한 탓이다. 정 전 총재는 2020년 10월 KBO 제5차 이사회(사장단 모임)에서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그는 2021년부터 3년 임기의 KBO 총재직을 수행했는데 13개월 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퇴임사에서 KBO리그에 철저한 반성과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프로야구 개혁을 주도할 KBO 총재를 새로운 인물이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KBO 규약에는 '총재가 사임, 해임 등의 사유로 궐위되면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개월 이내 보궐선거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KBO는 지난 18일 2022년 제2차 이사회를 열어 '총재 궐위에 따른 조치 논의'를 안건으로 올려 회의했다.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한 민경삼 SSG 랜더스 대표를 제외한 9개 구단 대표이사가 야구회관에서 머리를 맞댔다. 이 자리에서 "3월 2일 제3차 이사회에서 구단별 후보를 추천받고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고 뜻을 모았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구단별로 무조건 추천하라는 건 아니다. 할 수 있으면 추천을 하고 복수 추천도 가능하다"며 "후보군이 추려지면 이사회에서 적격 여부를 논의한다. 후보가 만약 10명이라면 다수결로 후보를 줄여나가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KBO 규약에 따르면 총재는 이사회에서 재적이사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아 추천하며, 각 팀의 구단주 또는 구단주대행 모임인 총회에서 재적 회원 4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KBO가 강조하는 건 총재 선임 과정의 투명성이다. 그동안 KBO는 "밀실에서 총재가 만들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구단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인물이 총재 자리에 오르면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작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 구단주 대행 출신인 정지택 전 총재도 '두산맨'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공격받기도 했다. "특정 구단의 편을 들어준다"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정지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지난해 11월 1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에 앞서 개막 선언을 하고 있다. 정지택 총재는 지난 8일 자진해서 사임했다. [연합뉴스] 류대환 사무총장은 "후보는 완전 오픈이다. 이번 이사회에서 바뀐 게 있다면 이전에는 구단별로 돌아가면서 (총재를) 하기로 한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구단 내부나 외부에서 명망 있고 역량 있는 사람을 찾아서 후보로 올린다"고 말했다. 야구인이건 기업인이건 후보 자격을 제한하지 않고 총망라해 추천받을 계획이다.
관건은 후보군이다. KBO 총재는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수장이다. KBO는 지난해 예산만 201억원을 운영했다. 하지만 총재가 갖는 힘이 크지 않다. 이사회에서도 다른 구단 대표와 마찬가지로 1표를 행사,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없는 구조다. "독이 든 성배"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항간에는 정용진 SSG 랜더스 구단주, 김택진 NC 다이노스 구단주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기업의 실질적 오너이기도 한 두 구단주는 대외적인 인지도가 높다. 다만 실제로 구단주들이 직접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 구단 단장은 "(구단주들은) 안 하려고 하는 거 같다. 이전 구본능 총재의 연배면 모를까 다들 자기들의 일이 있지 않나. (어떤 사람이 후보로 거론되는지) 소문이 전혀 없다. 누가 선뜻 하겠다고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야구 관계자는 "KBO 총재라는 자리가 어떤 사태가 발생했을 때 총알받이가 되기도 하는데 그룹에 미치는 영향도 있지 않겠나. (기업의 오너라면) 구단 경영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 의사를 내비쳤다.
KBO는 여유를 갖고 총재 선임건을 진행할 계획이다. 규약대로라면 3월 8일까지 후보를 추천하고 총회를 열어야 한다. 하지만 날짜를 조금 넘겨도 문제되지 않는다. 류대환 사무총장은 "최대한 (한 달 이내)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총재 대행을 둘 수 있다. (3월 8일 후보 추천이) 의무적인 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