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해진 김보름. 올림픽 2연속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사진=중앙일보 김경록 기자 결전지에서 맞이한 생일. 좋은 기운을 받았다. 그동안 족쇄처럼 심신을 무겁게 만든 일도 떨쳐냈다. 주 종목 출전을 앞둔 김보름(29)이 올림픽 2연속 메달 획득을 노린다.
김보름은 19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리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에 출전한다. 이번 대회 빙상 종목 마지막 메달을 노리고 있다.
김보름은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신설돼 이 종목에서 은메달을 땄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8~19시즌 월드컵에서 종합 1위에 오르며 강자로 나섰다.
현재 메달 전망은 어둡다. 코로나19팬데믹으로 인해 국제대회 출전이 제한됐고, 빙상장마저 닫혔다. 그사이 매스스타트 종목 이해도가 다양해졌고, 더 좋은 레이스를 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김보름은 2021~22시즌 월드컵 종합 랭킹 8위에 그쳤다.
하지만 쇼트트랙 대표팀도 저력을 발휘하며 메달 5개(금2·은3)를 땄다. 빙속 남자 1500m 김민석, 500m 차준환도 평창 대회에 이어 2연속 메달을 땄다. 김보름도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거머쥔 경험이 있는 선수다.
김보름은 지난 6일 선수촌에서 생일을 보냈다. 개인 세 번째 올림픽. 이제 익숙하다. 코로나 정책으로 가동되고 있는 폐쇄 루프 속에서도 마음이 따뜻했다.
짐도 덜어냈다. 김보름은 4년 전, 은메달을 따고도 웃지 못했다. 매스스타트에 앞서 출전한 여자 팀 추월 8강전에서 박지우·노선영과 함께 출전했는데, 노선영이 멀찍이 뒤처진 상황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며 '왕따 주행' 논란에 휩싸였다. 인터뷰에서 입꼬리가 올라간 모습을 보인 탓에 "노선영을 비웃었다"라며 질타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석 달 후, 대한빙상경기연맹 특정감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로 "마지막 바퀴에서 고의로 속도를 높였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라는 보고서를 전했다. 하지만 김보름을 향한 비난 목소리는 여전했다.
4년이 지난 현재, 괴롭힘을 당한 쪽은 김보름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김보름은 그동안 노선영과 소송전을 벌였다. 대학(한국체육대학교) 시절부터 대표팀 생활까지 지속적으로 폭언과 욕설을 들었다는 내용이다. 평창 대회 '왕따 주행' 관련 허위 진술로 정신적·물질적 손해도 입어, 위자료도 청구했다.
한창 베이징 대회를 준비하고 있던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김보름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김보름은 이 사실이 알려진 후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평창 올림픽을 미련 없이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제 베이징 대회 레이스만 남았다. 홀가분 한 마음으로 집중할 수 있다. 메달 획득 여부와 상관 없이 최선을 다한다면, 4년 전과 달리 박수받으며 올림픽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김보름은 "평창 대회는 잊었다. '그냥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이다'라는 생각으로 다시 도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