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이 열릴 만큼 쌀쌀한 날씨지만 프로축구는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역대 시즌 중 가장 이른 날짜인 19일 정규리그에 돌입한다. 종전 가장 빠른 개막일은 2010시즌, 2021시즌의 2월 27일이었다. 오는 11월 카타르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겨울에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열린다. 월드컵 이전에 시즌을 끝내겠다는 프로축구연맹의 목표다.
시즌 첫 단추를 끼우는 개막전은 어느 경기보다 중요성이 높다.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부터 K리그1(1부) 개막전은 총 55경기가 열렸다. 이중 40경기에서 승부가 가려졌는데, 승리 팀 중 65%(26경기)가 파이널A(1~6위)에 진출했다. K리그1은 정규리그(33라운드) 종료 후 파이널A와 파이널B(7~12위)로 나눠 5라운드를 진행한다. 기선제압이 중요한 이유다.
개막전 중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경기는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 현대와 수원FC 경기다. 올 시즌 K리그 6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전북은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인 홍정호를 비롯해 이용, 김진수, 김보경, 한교원 등 5연패 주역들이 건재하다. 김상식 전북 감독도 6연패를 목표로 잡을 만큼 자신감에 차있다.
전북을 상대하는 수원FC도 만만하지 않다. 지난 시즌 1부 승격 후 최고 성적인 5위에 올랐다. 박주호, 양동현 등 베테랑을 영입해 전력을 강화한 덕분이었다. 득점 3위(53골)에 오를 만큼 공격이 매서웠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수 김현을 영입, 공격진을 더욱 강화했다. 김현은 지난 시즌 29경기에서 7골을 터뜨렸다.
두 팀의 경기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백승호(25·전북)와 이승우(24·수원FC)의 맞대결 때문이다. 둘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구단 FC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이다. 백승호가 먼저 해외 생활을 마치고 지난 시즌 K리그에 입성해 전북 5연패에 일조했다. 이승우도 고향 팀에 입단해 새 시즌을 앞두고 있다. 둘은 개막전 일정이 발표된 후 서로 연락을 잠시 멈췄다.
백승호가 K리그에 먼저 적응한 만큼 우세할 거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백승호는 지난 시즌 전북의 중원에서 경기장 곳곳으로 정확한 패스를 찔러주며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냈다. 이를 토대로 성인대표팀에도 발탁, 1월 A매치에서 2경기 연속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반면 이승우는 유럽 무대에서 이렇다 할 출전 기회를 받지 못해 실전 감각이 떨어져 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관심도만 놓고 보면 이번 시즌 최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라며 “백승호는 당연히 잘할 것이다. 경기력이 많이 올라왔다. 이승우가 어떤 경기력을 보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거 큰 임팩트를 보여줬던 선수인 만큼 예측하기보다 뛰는 모습을 직접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도 흥미진진하다. 지난 시즌 3위 제주는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팀으로 꼽힌다. 중심은 지난 시즌 득점왕(22골) 주민규다. 여기에 이창민, 윤빛가람, 최영준으로 구성된 제주의 미드필더 라인은 국내 최고라고 평가받는다. 지난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팀 포항은 김기동 감독의 전술과 팀 조직력으로 맞선다.
지난 시즌 K리그2(2부)를 평정하고 1부에 승격한 군팀 김천 상무의 경기도 주목할 만하다. 김천은 20일 울산 현대와 원정 경기를 갖는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김천을 두고 “개막전부터 강한 상대를 만났다”며 경계했다. 김천은 공격수 조규성을 중심으로 정승현, 박지수, 구성윤, 권창훈 등 국가대표가 즐비해 ‘레알 김천’으로 불린다.
지난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은 명장들의 새 출발도 관심사다. 안익수 FC서울 감독은 줄곧 “명문 구단으로 복귀”를 천명했다. 서울은 19일 대구FC와 맞붙는다. 20일 성남FC와 대결하는 최용수 강원FC 감독도 “빠르고 역동적인 축구를 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