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킹' 하뉴 유즈루(28·일본)가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관중이 던져주는 '곰돌이 푸' 인형을 받지 못할 전망이다.
마이니치신문은 9일(현지시간)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경기장에 입장하는 관중들에게 봉제 인형 반입을 금지했다"고 전했다. 경기장 반입 금지 목록에는 카메라, 셀카봉, 삼각대 등도 있다.
조직위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 보건 당국이 지난달 베이징에서 처음 확인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감염 사례가 캐나다 토론토발 국제우편물 접촉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해, 조직위는 경기장에 물건 반입도 조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매체에 따르면 지난 4일 개회식 때 인형은 반입금지 대상이 아니었다고 한다.
피겨에선 선수의 경기가 끝나면 관중들이 아이스링크장에 선물을 던져주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선수들의 공연에 찬사와 경의를 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링크가 훼손되지 않도록 가볍고 표면이 부드러운 선물을 골라야 한다. 이에 인형이 보편적인 선물이 됐다.
특히 어릴 적부터 '곰돌이 푸'의 열성 팬이었던 하뉴를 위해 관중들은 주로 푸 인형을 던졌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선 하뉴 경기가 끝나고 빙판 위로 2000여 개의 푸 인형이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뉴는 매 대회 때마다 쏟아지는 푸 인형을 자선단체에 기부해왔다. 중국 조직위의 규정에 따라 이번 대회에선 이 같은 풍경을 볼 수 없게 됐다.
대회 피겨 경기장에 인형 반입이 금지됐다는 소식에 일본 네티즌들은 '푸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닮아서 금지한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닮아 풍자의 소재로 이용된다는 점 때문에 중국 내에서 금기시되고 있다.
푸와 시 주석을 비교하는 그림은 지난 2013년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 등장했다.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두 정상이 회동한 사진에서 시 주석은 푸로, 오바마 전 대통령은 푸의 친구인 호랑이 캐릭터 ‘티거’에 빗대졌다. 그 사진이 미국 등에서 관심을 받고 퍼지면서 중국 당국은 지난 2017년 7월부터 푸를 검열하기 시작했다.
당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가 중국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캐릭터가 됐다. 웨이보, 위챗 등에서 푸 이미지가 들어간 게시물이 대거 삭제됐다. 시 주석과 닮은 모습이 풍자대상이 되면서 중국 정부가 온라인 검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