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하는 최민정. 사진=연합뉴스ㅁ '지구촌 겨울 축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함께하는 미래'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대회는 내달 4일부터 17일 동안 열린다.
4년 전 열린 평창 올림픽에서 종합 7위(금 5개·은 8개·동 4개)에 오른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2개, 종합 순위 15위권 진입을 목표로 세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훈련이 여건이 좋지 않았고, '효자 종목' 쇼트트랙 전력이 약해진 탓에 목표를 낮게 잡은 것이다.
태극 전사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후회 없는 레이스를 펼치겠다"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 지친 국민에 기쁨과 울림을 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국 선수단 '투톱'은 여자 쇼트트랙 대표 최민정(24·성남시청)과 남자 스노보드 대표 이상호(27·하이원리조트)다.
최민정은 2015·2016·2018 세계선수권대회 종합 우승, 평창 올림픽 2관왕(1500m·3000m 계주)을 차지한 여자 쇼트트랙 에이스다. 베이징 대회에서도 개인전(500·1000·1500m)과 단체전(3000m 계주·혼성 계주)에 출전해 다관왕을 노린다.
최민정은 악재를 이겨내며 더 단단해졌다. 지난 10월, 대표팀 동료였던 심석희가 코치와 함께 욕설을 섞어 자신을 험담한 사실이 알려졌다. 평창 대회 1000m 결승전 당시 심석희가 고의로 최민정과 충돌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며 마음고생도 컸다. 이런 상황에서 나선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에서는 무릎과 발목 부상까지 당했다.
심신을 재정비한 최민정은 11월 출전한 월드컵 3차 대회 1000m에서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4차 대회에서는 현재 세계랭킹 1위 수잔 슐팅(네덜란드)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ISU 홈페이지는 베이징 대회를 전망하며 "최민정은 월드컵 시리즈 막바지에 예전의 모습을 보여줬다. 적절한 시점에 컨디션이 정점에 오르는 선수다. 한국 쇼트트랙의 영광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민정은 "개인적으로 두 번째 올림픽에 나선다. 컨디션 관리, 긴장감 조절 등의 경험이 쌓였다. 대회가 열리는 캐피털 실내 경기장은 내가 선호하는 빙질"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누구에게나 금메달을 딸 기회가 있다. 최근 한국 쇼트트랙이 부진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쇼트트랙은 역시 한국'이라는 말을 듣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맏형 곽윤기도 "최민정은 한국 쇼트트랙 기둥이다. 위기에서 더 힘을 낼 것"이라고 격려했다.
러시아 반노예 월드컵 대회 '배추 보이' 이상호(27)도 금메달을 조준하고 있다. 평창 대회 스노보드 남자 알파인 평행 대회전에서 은메달을 획득, 한국 스키 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던 이상호는 2021~22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시리즈에서 메달 4개(금 1개·은 2개·동 1개)를 따내며 향상된 기량을 보여줬다. 시즌 성적을 합산한 종합 순위에서도 434점을 획득, 슈테판 바우마이스터(독일·406점)를 제치고 1위를 지켰다.
이상호도 재도약을 노린다. 그는 평창 대회 후 심적 부담감이 커지며 슬럼프에 빠졌다. 2020년 1월에는 어깨 수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독서와 명상을 통해 멘털을 다잡았고, 혹독한 훈련으로 기량을 되찾았다.
장비도 완벽하게 적응했다. 이상호는 평창 대회까지 평행 대회전에서 길이 185㎝짜리 보드(데크)를 사용했지만, 2019년부터 4㎝ 늘인 장비로 교체했다. 보드 길이가 길어지면 주행 속도는 올라가지만, 회전 반경이 커지는 탓에 기문을 통과하는 시간이 더 걸린다.
주행 속도와 회전 반경이 달라진 탓에 한동안 애를 먹었다. 성적도 떨어졌다. 하지만 훈련과 실전을 통해 적응을 마쳤다. 마침 지난해부터 국제대회 기문 사이 거리가 22m에서 24m로 늘어나며 긴 보드를 쓰는 선수가 유리해졌다. 이상호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이유에 대해 "긴 보드가 경기력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강원도 정선군 출신 이상호는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썰매장에서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해 ‘배추 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배추밭에서 성장한 그가 베이징 대회에서 한국 스키 종목 첫 금메달을 노린다. 세계 최고 선수에 걸맞은 새 새 별명이 붙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