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TV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삼성과 LG가 손을 맞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내년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라인업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추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럴 경우 전 세계 TV용 OLED 패널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와의 협업이 필수다. 이달 부회장 승진하며 새롭게 삼성전자 가전사업을 이끌게 된 한종희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의 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LG, TV 패널 3년 이상 장기 계약할 수도"
22일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내년부터 삼성전자와 연간 3조원 규모 LCD(액정표시장치)·OLED 패널 공급 '빅 딜'이 추정돼 향후 실적 변동성 축소에 따른 가치 평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또 "삼성전자, 애플과의 거래는 3년 이상의 장기 공급 형태가 될 것으로 추정돼 향후 LG디스플레이와 전략적 동맹관계 구축이 기대된다"고 했다.
현재까지 삼성전자는 QLED(퀀텀닷발광다이오드) TV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종희 부회장은 2018년과 2020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서 OLED TV 출시와 관련해 "계획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LG전자 OLED TV의 치명적인 단점인 번인(열화)현상을 이유로 꼽았다. 그런데 2년 만에 전략을 대폭 수정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날 한 부회장은 자사 뉴스룸에 약 1500자 분량의 기고문을 올렸는데, 'TV'라는 단어는 딱 한 차례 사용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마저도 신제품 전략이 아닌 기기 간 연결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다.
결국 삼성 OLED TV 출시와 관련한 궁금증은 내달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되는 한 부회장의 'CES 2022' 기조연설에서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1월 회사의 디스플레이 청사진을 공유하기 위해 개최하는 '퍼스트룩' 행사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본지에 "아직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가짜 OLED TV' 비난전 뒤로 하고 손 잡을까
작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신경전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극에 달했다.
LG전자는 화소 하나하나가 빛을 내는 OLED TV와 달리 QLED TV는 사실상 LCD TV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발광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소비자들이 오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9년 9월에는 기자들을 불러모아 삼성 QLED TV를 분해해 백라이트의 빛을 받아들이는 LCD 패널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가짜 OLED TV' 공방전은 법정 다툼까지 이어질 뻔했지만, LG전자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기한 표시광고법 위반 신고를 취하하며 일단락됐다.
두 회사의 파트너십이 현실화한다면 이는 차세대 라인업 구축에 대한 삼성전자의 고민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로운 폼팩터(구성·형태)를 개발하고 제품을 얇게 만들기 위해서는 백라이트가 없는 자발광으로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올해 초 출시한 '마이크로 LED TV'는 무기물 소재로 번인 걱정이 없지만, 가격이 1억원을 훌쩍 뛰어넘고 두껍다.
신규 전략 제품으로 지목되는 QD(퀀텀닷)-OLED TV는 아직 생산 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QD-OLED TV는 LG OLED TV처럼 백색 소자를 쓰지 않고 청색 소자를 발광원으로 활용해 색상을 더 선명하게 구현한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김동원 연구원은 "내년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 공급량은 연간 100만대 수준에 불과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1100만대 수준의 OLED 패널 생산 능력 확보가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