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폼팩터(구성·형태)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한 삼성전자가 제대로 강적을 만났다. 보급형 제품을 주로 선보여왔던 중국 오포가 폴더블(화면이 접히는) 스마트폰 출사표를 내밀었다. 아류작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상당한 진화를 보이며 업계 1위를 위협하고 나섰다.
'파인드 N'. 오포 제공
기술력 자랑한 오포, 주름 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오포는 지난 15일 자사 유튜브 채널 등에서 폴더블폰 신제품 '파인드 N'을 공개했다.
피트 라우 오포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여러 폼팩터·힌지(접히는 부분) 디자인·디스플레이 재료 등을 실험해 폴더블폰에 대한 더 나은 접근 방식을 찾고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며 "파인드 N으로 스마트폰이 제공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인식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출시한 '갤럭시Z 폴드3'(이하 갤Z폴드3)와 파인드 N의 가장 큰 차이는 힌지다. 오포는 4년의 연구 끝에 '플렉션 힌지'를 개발했다. 0.01㎜의 정밀도로 136개의 부품을 결합해 관절처럼 부드럽게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파인드 N은 'V'자가 아닌 'U'자로 화면을 접는 방식을 구현했다. 덕분에 펼치기 전 제품 측면에 틈이 생기는 갤Z폴드3와 달리 거의 정확히 일자로 포개진다.
삼성·오포 폴더블폰 사양 비교. 영상 시청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힌지 자국도 크게 개선했다.
리뷰 전문 유튜브 채널 '언박스 테라피' 등은 발표와 동시에 제품 소개 영상을 올렸는데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본 결과, 이질감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갤Z폴드3와 비교하면 확실히 힌지가 줄었다.
파인드 N의 디스플레이는 0.03㎜의 '플렉션 UTG(초막박유리)'를 적용해 자연스럽게 구부러지면서도 강력한 내구성을 자랑한다.
독일의 시험인증기관인 TUV에서 20만번 이상 접었다 펴는 시험을 통과했다. 화면은 큰 힘을 주지 않아도 '딱' 소리가 나며 쉽게 접힌다.
이 제품은 중국에서 오는 23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가격은 7699위안(약 142만원)으로 200만원대인 갤Z폴드3보다 저렴하지만 사양은 오히려 높다.
두 제품 모두 두뇌 역할을 하는 AP(중앙처리장치)는 퀄컴의 최신 칩셋인 '스냅드래곤888 5G'를 탑재했다.
화면 크기는 파인드 N이 위아래가 좁지만 양옆으로 더 넓다. 갤Z폴드3는 접었을 때 리모컨을 연상케 하지만, 파인드 N은 일반 바 형태의 스마트폰 사용 경험을 보장한다.
램과 스토리지는 각각 최대 12GB와 512GB로 동일하고, 배터리 용량은 파인드 N이 4500mAh로 조금 더 많다. 둘 다 후면에 트리플 카메라를 채택했는데 파인드 N의 화소 수가 더 높다. 전면·커버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갤럭시Z 폴드3'. 삼성전자 제공 성장궤도 오른 폴더블폰, 경쟁 심화
오포가 2년 전부터 생태계를 조성한 삼성전자의 폼팩터 점유율을 따라잡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품질과 가격에서 뒤처지며 패배한 화웨이의 '메이트X' 사례가 재현될 수도 있다. 다만 이대로 중국 업체가 기술경쟁력을 키워간다면 삼성전자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 세계 1위 스마트폰 사업자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로 5위 오포와 10%가량 차이가 난다.
같은 기간 디스플레이 전문 조사기관 DSCC가 발표한 폴더블폰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93%로 절대적 입지를 자랑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폴더블폰은 내년에도 큰 폭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며 "기술 혁신을 가속하고 '비스포크 에디션' 등 고유한 차별화로 프리미엄 시장 내 중요한 카테고리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