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원' 백화점이 빠르게 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에도 고가의 명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린 여파다. 이에 맞춰 백화점들은 정기 인사로 패션 고수들을 리더로 영입하는 추세다. 최근 우후죽순 늘어나는 명품 온라인몰에 맞서 경쟁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해석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백화점은 모두 10곳이다. 이는 지난해 5곳(신세계 강남점·센텀시티점, 롯데 본점·잠실점, 현대 판교점) 대비 2배 증가한 수치다.
올해 신규로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백화점은 대구신세계, 현대 무역센터점·압구정본점, 롯데 부산본점, 갤러리아 명품관 등 5곳이다.
특히 대구신세계는 지난달 14일을 기점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해 백화점 업계에서는 가장 빠른 기록으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지난 1월 최단기 기록을 세운 현대백화점 판교점(5년 4개월)보다도 5개월 앞당긴 것이다.
대구신세계에 이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이달 7일, 압구정 본점은 8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은 9일 각각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여기에 갤러리아 명품관 역시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발표만 남은 상황이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은 8100억원이었는 데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성장했다"며 "정확한 수치 집계 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백화점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 속에서도 매출 1조 매장을 빠르게 늘릴 수 있던 비결은 단연 '명품'이다. 요즘 백화점에 가면 샤넬, 구찌, 버버리 등 인기 있는 명품 브랜드관에 들어가려면 기본 웨이팅만 1시간이 넘는다. ‘오픈런(Open Run·매장문을 열자마자 달려가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이날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명품 매출 평균 신장률은 전년 대비 36%다. 주요 백화점별로는 롯데백화점 36.9%, 신세계 34.2%, 현대백화점 37%를 기록했다. 2017년만 해도 명품 비중은 15.8%에 그쳤다.
국내 소비자들의 두드러지는 ‘명품 사랑’은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명품을 마련해 심리적 보상을 받으려는 ‘보복소비’가 주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백화점 매출 중 명품의 비중이 커지면서 업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내년까지 해외 명품을 대폭 확대하는 리뉴얼을 진행하고, 잠실점에 이어 강남점과 분당점 등도 새롭게 개편한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7층 남성복 공간을 루이비통 남성 전문 매장으로 꾸몄다. 내년 상반기까지 해외 럭셔리 남성 브랜드 2~3개를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맞물려 백화점들은 명품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는 인사를 수장 자리에 앉히는 추세다. 당장 롯데백화점은 최근 정기 인사에서 정준호 대표를 신세계백화점은 손영식 대표를 각각 새 캡틴으로 낙점했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은 성과에 힘입어 연임했다.
이들 모두 패션 업계에서는 내로라하는 수장들이다. 백화점 매출의 큰 역할에 기여하는 패션 및 명품 카테고리를 키우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해석된다.
일부에서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명품 온라인몰에 맞서 '명품=백화점'이라는 공식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도 분석하고 있다.
실제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명품 플랫폼 3인방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일명 '머.트.발'은 명품 시장의 고속 성장에 편승해 급성장하고 있다.
트렌비는 지난 11월 500억원의 거래액을 달성했다. 이어 12월 첫째주 거래액은 전주 대비 70% 증가하면서 거래액이 빠르게 수직 상승 중이다. 발란은 지난 10월 거래액 461억원을 달성했다. 지난 10월 배우 김혜수와 함께 '산지직송' 캠페인을 전개했는데 '김혜수 효과'로 거래액이 껑충 뛰어올랐다.
머스트잇은 지난달 22일 누적 거래액이 9000억원을 돌파했다. 머스트잇은 추세적으로 연내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세 곳 중 패션 통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한 백화점이 2곳이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패션 부문을 전략적으로 키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내년 백화점과 온라인 명품몰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