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프로축구 LASK 린츠 홍현석. [사진 홍현석] 손흥민(29·토트넘)이 뛰고 있는 2021~22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에는 또 한 명의 한국인이 활약 중이다. 오스트리아 LASK 린츠 미드필더 홍현석(22)이다.
홍현석은 지난 5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A조 4차전 알라슈케르트(아르메니아)와 홈 경기 후반 42분 어시스트를 올려 2-0 승리에 기여했다. 수비수 사이를 파고 들어 왼발 땅볼 크로스로 나카무라 게이토의 쐐기골을 도왔다.
대회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다. 앞서 홍현석은 지난달 22일 알라슈케르트와 3차전 전반 35분 선제골을 터트려 3-0 승리에 앞장섰다. 수비 맞고 흐른 공을 차 넣었다.
지난달 22일 유로파 콘퍼런스리그에서 데뷔골을 터트린 홍현석. [로이터=연합뉴스]홍현석은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큰 대회에서 골을 넣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동료들이 ‘홍이(동료들이 부르는 이름), 넥스트 손흥민’이라고 말해줬는데, ‘그건 아니다. 나 그 정도 아니야’라고 손사래 친다”고 말했다.
2012년 차범근축구상 대상 출신인 홍현석은 K리그 울산 현대 유스팀 현대고의 유망주였다. 하지만 고3 여름 오른쪽 발목이 골절돼 3~4개월을 쉬어야 했다. 부상 탓에 대학 입시에서 100m 달리기 20초에 그쳤다. 그는 2018년 고교 졸업 후 독일 3부리그 운터하힝으로 향했다. 2019년 린츠의 위성구단인 오스트리아 2부 FC 주니오스에 임대돼 착실히 기량을 다졌고, 올해 린츠에 합류했다.
홍현석은 “2019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오세훈과 최준 등 현대고 친구들이 준우승을 거둔 걸 TV로 지켜봤다. 유럽에서 혼자 지내는 것보다 제일 힘들었던 건 ‘내 축구 실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됐구나’라고 느낀 거다. 몸이 좀 안 좋으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2012년 차범근축구상 대상을 수상한 홍현석. [중앙포토] 린츠는 잘츠부르크와 함께 오스트리아 강팀으로 꼽힌다. 2018년부터 3시즌 연속 유로파리그에 출전했다. 하지만 올 시즌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12팀 중 10위다. 유망주 홍현석에게 출전기회가 주어졌다. 지난주 리그 경기에서는 풀타임을 뛰며 어시스트 2개를 올렸다.
홍현석은 축구 대표팀 황인범(루빈 카잔)처럼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로 ‘8번’ 역할을 맡는다. 3-4-3 포메이션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뛰는 경우가 많다. 키 1m77㎝ 홍현석은 왼발잡이로 스루패스를 잘 찌르고 경기당 11~12㎞를 뛴다. 홍현석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경기장 안에서 진짜 최고로 열심히 뛰는 박지성(은퇴)이다. 체격 조건이 좋은 오스트리아 선수들과 부딪혀 이겨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2018년 U-18대표팀에 뽑혔던 홍현석은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연령대(23세 이하)다. 홍현석은 "국가에서 불러준다면 무조건 뛰고싶다"고 말했다.
콘퍼런스리그 A조에서 린츠는 마카비 텔아비브(이스라엘)와 나란히 3승 1패(승점 9)다. 토트넘은 G조 2위(2승 1무 1패·승점 7)다. 향후 성적과 대진표에 따라 토너먼트에서 린츠와 토트넘이 만날 가능성도 있다.
홍현석은 “올해 귀국길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손흥민 선수를 본 적 있는데, 말도 못 걸었다. 만약 콘퍼런스리그에서 만나게 된다면 진짜 꿈 같을 것 같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뛰며 많이 힘들었을 텐데, 어떤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양발 모두 잘 쓰는 법도 궁금하다. 만약 맞붙게 된다면? 당연히 경기 후 유니폼 교환해야죠”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