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구원왕에 오르며 삼성 라이온즈의 가을 야구를 이끈 마무리 투수 오승환. [사진 삼성 라이온즈] '파이널 보스' 오승환(39·삼성 라이온즈)은 한국 프로야구가 낳은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KBO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339개), 한 시즌 최다 세이브(47개·2회), 연속 경기 세이브(28경기)를 비롯한 각종 세이브 기록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올 시즌엔 역대 최고령 40세이브를 달성, 44세이브로 개인 통산 여섯 번째 구원왕에 올랐다. 자타공인 최고의 클로저인 그는 최근 중앙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더 나은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자책했다.
불혹을 앞둔 오승환에게 2021시즌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그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 전성기 타자를 압도하던 시속 150㎞ 강속구가 서서히 힘을 잃었다. 고우석(LG 트윈스), 조상우(키움 히어로즈). 김원중(롯데 자이언츠)을 비롯한 후배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질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오승환은 '황제의 대관식'을 거부했다. 지난 7월 열린 도쿄올림픽 출전으로 체력적인 부담이 컸지만, 전반기(37경기 평균자책점 2.52)보다 더 강력한 후반기(27경기 평균자책점 1.37)로 삼성의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공교롭게도 전반기 구원왕 경쟁을 펼친 김재윤(KT 위즈), 고우석 등 많은 후배가 후반기 고전해 그의 꾸준함이 더 빛났다.
오승환은 "어떤 일이든 첫 번째가 결과라고 생각한다. 결과를 내야 과정도 아름답게 포장된다"며 "(KBO리그에) 좋은 공을 가진 후배들이 정말 많다. 올 시즌을 치르면서 그들도 느낀 게 많을 거다. 후배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포수 강민호와 배터리 호흡을 맞춰 꾸준함을 유지했던 오승환. [사진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은 올 시즌을 앞두고 준비를 많이 했다. 심혈을 기울인 건 속구가 아니었다. 지난 3월 스프링캠프 첫 라이브피칭에서 변화구 위주의 투구로 달라질 부분을 예고했다. 시즌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빠른 공에 얽매이지 않고 슬라이더(구사율 31.4%), 포크볼(12.9%), 커브(5.5%)를 다양하게 섞었다. 특히 후반기에는 전반기 10% 안팎이던 포크볼 비율을 최대 20%(8월)까지 올려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올 시즌엔 경쟁에서 승리했지만, 내년 시즌엔 장담하기 어렵다. 기량이 뛰어난 후배들은 오승환의 좋은 자극제다. 그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오승환은 도쿄올림픽에서도 김진욱(롯데 자이언츠), 고우석을 비롯한 후배들과 캐치볼 하며 '왜 이 선수들이 좋은 공을 던질까'라는 생각으로 공부했다. 그는 "내년에는 더 힘든 경쟁을 할 거다. 그래서 나도 더 나은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년 이런 부분이 숙제로 남는다"며 "한 시즌을 치른 뒤 다음 시즌을 생각하면 스스로 (현실에) 안주할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좋은 부분은 (후배들에게)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승환은 9일 시작하는 플레이오프를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가 KBO리그 포스트시즌(PS)을 뛰는 건 2013년 한국시리즈(KS) 이후 8년 만이다. 통산 KS 세이브가 11개인 오승환은 이 부문 압도적인 1위(2위·4개)다. 그가 PS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많은 마무리 투수 후배들이 지켜본다.
오승환은 "정규시즌하고 다른 분위기와 압박감을 느낄 거"라며 "그걸 이겨내야 팀이 이길 수 있고 선수 가치도 올라간다. 노하우라는 건 없다. (정규시즌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