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2021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이끈 이강철 감독이 가장 미안한 선수. 주전 포수 장성우(32)다.
안방에서 투수를 리드하면서도, 중심 타선에 포진되는 경기가 많았다. 가장 궂은일을 하는 선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래서 사령탑은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1차 성과를 거둔 뒤 "장성우의 역할이 정말 컸다"고 강조했다.
장성우의 존재감은 순위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마지막 6경기에서 유독 빛났다. 모두 8이닝 이상 수비를 소화하며 투수진을 이끌었다. 10월 28일 열린 NC와의 더블헤더(DH)도 1·2차전 모두 안방을 지켰다. SSG와의 시즌 최종전에서도 비교적 넉넉한 점수 차로 앞서갔지만, 장성우는 교체되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틈을 보이지 않기 위해 투수진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장성우의 리드를 고집했다.
장성우는 "내가 나간다고 무조건 이기는 건 아니지만, 안 나가서 지면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다.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매 경기가 중요했기 때문에 당연히 출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장성우는 10월 31일 열린 삼성과의 1위 결정전 1-0 승리의 숨은 공신이다. 7회 말 1사 2·3루에서 만루에 놓일 수 있는 위기를 감수하며 신중한 볼 배합을 유도했다. 투수 쿠에바스는 강민호를 내야 뜬공, 이원석을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이날 핀조명은 사흘 만에 선발로 나서 7이닝 무실점 역투한 쿠에바스와 결승타를 친 강백호를 향했지만, 장성우의 공을 빼놓고 승리를 말할 수 없었다.
장성우는 2021시즌을 돌아보며 "타격이 이전 시즌보다 안 좋았다. 전반적으로 만족할 수 없는 시즌이었다"라고 말했다. 결승타 10개를 치며 이 부문 커리어하이를 기록했지만 "중요한 순간에 집중력은 조금 괜찮은 편"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타격 기여도를 두고 고민하는 장성우를 달랬다. 투수진을 이끌어 주는 것만으로도 제 몫을 다하고 있다며. 장성우도 개인 성적보다는 팀의 우승을 향해 뛰었다. 데뷔 처음으로 정규시즌 정상을 맛봤고, 이제 통합 우승까지 겨냥하고 있다. 롯데 소속 시절 한솥밥을 먹던 삼성 주전 포수 강민호와는 서로 선전포고를 한 상황.
장성우는 "유한준 선배가 '키움 소속이었던 2014년에 삼성과 한국시리즈를 치렀고, 우승에 실패한 뒤 다시 찾아올 줄 알았던 기회는 오지 않더라. 왔을 때 잡아야 한다'라는 말을 해줬다. 동료들 모두 우승 의지를 높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은 하늘이 내려준다'는 말이 있더라. 우리 중에는 그 경험이 있는 선수가 없다. 나도 잡고 싶다. 어려운 경기(1위 결정전)를 이겨냈으니 마지막 무대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통합 우승'을 향한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