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뷰티 공룡' 세포라코리아(이하 세포라)가 국내 상륙 2주년을 앞두고 있다. 세포라는 2019년 아시아 뷰티의 중심지 한국에서 새로운 기준을 세우겠다며 도전장을 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은 분위기다.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운데 올해까지 총 7개 매장을 내겠다던 약속도 사실상 지키기 어렵게 됐다. 일각에서는 경쟁사인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와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년 만에 6호점 내는 세포라
세포라가 이달 말 수원 광교 갤러리아점을 오픈한다. 세포라코리아 관계자는 6일 본지에 "이달 말 광교갤러리아점을 개장한다. 지난해 10월 출점한 서울 여의도 IFC몰 이후 약 1년만"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세포라는 2019년 10월 국내 1호 매장이었던 서울 삼성 파르나스몰점에 이어 여섯 번째 매장을 열게 됐다.
세포라는 한국 입성과 함께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놨다. 2021년까지 7개 매장을 연 뒤, 2022년에는 14개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달 말에야 6호 매장을 개장하면서 목표치였던 올해 7개 매장 오픈은 사실상 힘들 전망이다. 현 속도라면 내년 총 14개 매장 출점 목표도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세포라코리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출점에 신중하다 보니 계획보다 다소 늦어지게 됐다. 전 세계 세포라 매장 중 올해 신규 출점을 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 시장의 중요성과 특수성을 고려한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광교 갤러리아점 오픈과 함께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글로벌 브랜드가 세포라를 통해 독점으로 들어온다. 소비자들이 기대하실 수 있는 큰 브랜드"라고 밝혔다.
세포라는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으로 전 세계 34개국에서 260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 진출한 한국은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 이은 아시아 10번째 국가다. 시코르 명동점 전경. 시코르 제공
늘어나는 영업손실…시코르와 '차별화' 관건
세포라는 본사의 글로벌 정책상 매출과 영업이익 등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잡코리아' 등 취업플랫폼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세포라의 재정 상황을 가늠할 수 있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세포라의 매출은 2019년 30억8000만원에서 2020년 142억1000만원으로 361% 향상했다. 업계 평균 대비 19%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영업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69억400만원이던 영업 손실은 지난해 124억9000만원까지 늘었다. 잡코리아 측은 "해당 정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신용평가사를 통해 기업 매출 정보를 집계하는 기관과 계약을 맺고 반영한 것으로 업계 추정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 K뷰티 업계는 세포라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차별화 실패를 꼽는다. '한국형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와 견줘 두드러지는 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본지가 지난 6일 찾은 시코르 명동 영플라자점에는 '맥', '설화수', '베네피트' 등 시코르나 '영플라자' 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브랜드가 상당수 눈에 띄었다.
세포라가 장점으로 내세웠던 '체험형 매장'도 빛이 바랬다. 세포라는 2019년 서울 삼성 파르나스몰점을 내면서 "코스메틱 덕후들의 놀이터가 되겠다"며 매장에 상주한 전문가와 함께 직접 메이크업을 테스트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번지면서 매장 내에서 이뤄지던 체험이 모두 중단됐고, 제품 테스트도 금지됐다.
뷰티 업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본지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다보니 상륙 초기에 적자에 시달리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투자금이 대거 들어가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K뷰티 업황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포라의 문제는 적자보다 차별화다. 사람들이 거길 왜 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차라리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모인 시코르나, 에이블씨앤씨의 편집숍 '눙크'를 찾는 편이 낫다. 단독 입점 브랜드도 많지 않다. 고객들이 몇 개 되지 않는 단독 브랜드를 사겠다고 세포라까지 나갈 동기가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세포라 출점 속도가 느려지면서 시코르와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시코르는 지난 5월 서울 금천구 가산 마리오아울렛에 31호점을 오픈했다. 세포라가 서울 강남과 명동, 신촌 등 수도권 주요 상권에만 6개의 매장을 연 것과 달리 시코르는 대구와 부산 등 전국에 거점 매장을 두고 있다.
세포라코리아 관계자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세포라의 향수 카테고리는 3배 이상 신장했다. 또 이커머스의 매출 또한 2021년도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대비 18%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이어 "세포라는 뷰티의 트렌드가 시작되고 변화가 빠른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신선하고 특유의 독창성을 지녔지만, 고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를 소개해 브랜드 자체의 성장도 이끌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