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상생 '광주형일자리' 첫 결과물인 현대차의 소형 다목적차(SUV) '캐스퍼'가 29일 본격 출시됐다. 정식 출시에 앞서 실시된 사전예약에서 흥행을 거두면서 침체됐던 경차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는 이날 캐스퍼를 공식 출시하고 본격적인 온라인 판매에 나선다고 밝혔다.
캐스퍼는 2002년 아토즈 단종 뒤 현대차가 19년 만에 광주글로벌모터스(GGM)를 통해 선보이는 경차다. 현대차가 판매와 마케팅을 담당하고 '광주형일자리 1호' GGM이 위탁생산을 맡는다.
GGM은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사 상생도 실천하고자 평균 초임을 현대차·기아 평균임금(각 8800만원, 9100만원)의 절반 수준인 3500만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캐스퍼는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하고자 앞·뒷좌석 모두에 폴딩(등받이를 앞으로 접는 것), 슬라이딩(시트를 앞·뒤로 움직이는 것), 리클라이닝(등받이를 앞·뒤로 기울이는 것) 기능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모든 좌석을 접어 최대 2059㎜의 실내 공간을 확보하거나 뒷좌석을 최대 160㎜ 당겨 적재공간을 301L로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공간 활용을 위해 센터 콘솔을 없애고, 기어노브도 대시보드로 옮겼다.
정식 출시 전 초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 14일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9000대의 계약 건수를 기록하며 현대차 내연기관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GGM은 올 연말까지 4개월간 1만2000대의 캐스퍼를 생산하고, 내년부터는 7만대 이상 양산을 목표로 했지만 초반부터 인기가 폭발하면서 수요를 맞추기가 어려워졌다.
캐스퍼가 인기를 끌면서 그동안 내리막길을 걷던 경차 시장도 활기를 띨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비와 디자인 등의 장점으로 한해 20만대 넘게 판매됐던 경차 시장은 아웃도어 및 차박(자동차+숙박)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큰 차종에 점차 밀려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아 모닝과 레이, 한국GM 스파크 등 국내 경차 판매는 6만66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감소했다.
다만 캐스퍼의 다소 높은 가격대는 변수다. 캐스퍼는 당초 800만원대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기본 모델 스마트 1385만원, 모던 1590만원, 인스퍼레이션 1870만원이다. 터보 모델 선택 시에는 90만∼95만원을 더 내야 한다.
이는 시작가가 977만원인 스파크와 비교하면 400만원가량 비싼 데다 모닝(1175만~1520만원), 레이(1275만~1580만원)와 비교해도 시작가가 100만~200만원 비싸다.
업계 관계자는 "캐스퍼가 높은 가격대에도 사전 계약 첫날부터 소비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던 것은 경차의 경제성에 더해 디자인·안전성·공간성까지 갖춘 상품성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전계약이 모두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그런데도 초반 흥행을 업계는 청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