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3'. 애플 제공 애플이 두 번째 5G 스마트폰 라인업을 공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세계 최고' '혁신' 등 온갖 미사여구를 붙였지만,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변화는 찾아볼 수 없어서다.
애플은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스페셜 이벤트'를 열고 '아이폰13' 시리즈를 소개했다.
아이폰13은 미니·일반·프로·프로 맥스 4종으로 나왔다. 사양에 따라 가장 저렴한 미니가 95만원부터, 최상위 모델 프로 맥스는 149만원부터 시작한다.
카메라와 배터리 등 기본 사양의 일부 개선을 제외하면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굳이 꼽자면 M자 탈모를 연상케 하는 전면 디스플레이 상단의 노치 폭이 좁아지고, 배터리 사용 시간이 길어진 것 정도다. 렌즈 대신 센서의 흔들림을 보정하는 시프트 광학 이미지 흔들림 보정(OIS) 기능은 기존 상위 모델에서 전체 라인업으로 확대했다.
'아이폰13' 프로. 애플 제공 미니·일반 모델과 프로·프로 맥스 간 급 나누기는 심화했다.
프로 라인업은 마모와 부식에 강한 고강도 스테인리스 스틸과 표면 질감을 살린 무광 글래스 등의 소재를 활용했다. 이에 반해 미니·일반 모델은 알루미늄 프레임을 유지했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려주지만, 알루미늄보다 더 무겁다.
배터리 성능 개선 정도도 '아이폰12' 시리즈와 비교해 프로 맥스는 2시간 30분 더 쓸 수 있지만, 미니는 1시간 30분을 연장하는 데 그쳤다. 1TB 저장 공간 옵션도 고가 라인에만 포함했다.
디스플레이 역시 프로·프로 맥스가 우월하다. 웹서핑이나 영상을 감상할 때 부드러운 시청 경험을 보장하는 120Hz 주사율을 제공한다.
실외 최대 밝기도 800니트의 미니·일반 모델보다 1000니트로 더 우수하다. 광고·장편 영화 및 방송에서 최종 전송용 포맷으로 사용하는 'ProRes'도 상위 라인업에만 적용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프로 라인업에 대해 "동급 최고의 성능, 동급 최고의 카메라, 훌륭한 내구성, 더 큰 디스플레이, 빼어난 디자인을 갖췄다"며 "올해 우리는 이것들을 크게 발전시켰다"고 자신했다.
'아이폰13'. 애플 제공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특유의 감성으로 신제품을 낼 때마다 판매 신기록을 갈아치우자, 더는 혁신을 향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마지막 재탕 느낌이 강하다. 1년만 더 버티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 "작년에도 똑같은 반응이 나왔다. 내년이라고 다르겠나"라는 댓글이 달렸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애플 전문 매체 맥루머스 독자들은 "놀라움과 기쁨을 선사하는 애플의 발표가 그립다" "애플은 전 세계 사람들의 53분(스페셜 이벤트)을 낭비했다" 등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