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훈 장애인 스포츠 최대 이벤트인 2020 도쿄패럴림픽이 막을 내렸다. 패럴림픽의 어원처럼 모두가 ‘나란히(parallel)’ 달린 의미 있는 대회였다.
도쿄패럴림픽은 5일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진행된 폐회식을 끝으로 13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극적으로 도쿄행 비행기에 오른 아프가니스탄 선수단을 포함해 162개국 44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매일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한국은 지난 4일 보치아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정호원(35·강원도장애인체육회)·김한수(29·경기도장애인체육회)·최예진(30·충남직장운동경기부)으로 구성된 페어 팀(스포츠 등급 BC3)이 연장 접전 끝에 일본을 5-4로 이겼다. 보치아는 패럴림픽에서 9회 연속 금메달을 땄다. 정호원은 2016년 리우 대회(개인전)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의 통산 패럴림픽 메달은 6개(금3, 은2, 동1)다.
대회 마지막 날엔 배드민턴에서 은메달 2개를 추가했다. 세계 랭킹 1위 김정준(43·울산중구청)은 WH2 단식 결승에서 일본의 가지와라 다이키(20)에게 세트스코어 0-2로 졌다. 세계선수권에서 6번이나 우승한 김정준은 경기 내내 접전을 펼쳤지만, 승리를 내줬다.
김정준은 이어 열린 복식 결승에선 이동섭(50·제주장애인체육회)과 짝을 이뤄 마이젠펑-취쯔모(중국) 조를 상대했으나 세트스코어 0-2로 패했다. 그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금 2, 은 10, 동 12개, 종합순위 41위로 대회를 마쳤다.
도쿄패럴림픽 개회에 앞서 태권도 대표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바뀌면 좋겠다. 장애인 선수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이 제 꿈”이라고 말했다. 장애 때문에 스스로 움츠러드는 것도 괴롭지만,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마땅히 돌봐야 할 사람’처럼 보는 게 싫어서였다. 그의 바람대로 이 대회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의지와 성과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게 했다.
국내 등록 장애인 250만 명 중 90%가 중도 장애인다. 주정훈도 두 살 때 농기계에 오른손이 절단됐다. 학창 시절 비장애인들과 겨뤘던 주정훈은 손 때문에 밸런스가 흐트러지는 어려움을 겪었다.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 고등학교 때 태권도를 그만뒀다. 하지만 태권도가 도쿄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되자 도복을 다시 입었고, 당당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정훈은 “솔직히 장애가 있기 때문에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데 (장애인 선수들이 훈련하는) 이천선수촌 입소 후에는 ‘장애는 그저 남들과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뒤늦게 알았지만 장애가 있는 유년기, 청소년기 여러분들은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하루빨리 밖으로 나와야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많이 도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애를 맞닥뜨리면 누구나 좌절감과 싸우기 시작한다. 1994년 교통사고로 마비 장애를 얻은 탁구 금메달리스트 주영대(48·경남장애인체육회)는 “다치고 나서 4년 동안 집에만 처박혀 있었다. 웹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재활 치료 목적으로 탁구를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장애가 있다고 방 안에만 갇혀 있을 이유는 없다. 자신에게 땀 흘릴 기회를 줘라”고 했다.
패럴림픽을 통해 모인 목소리가 세상을 바꾼다. 2008 베이징 대회를 계기로 만리장성에 휠체어 장애로와 엘리베이터를 만들었다. 2012 런던 대회 이후 영국에선 장애인 고용이 급증했다. 국내에서도 과거 어느 대회보다 도쿄 경기를 많이 중계했다. 학교에선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패럴림픽 홍보가 이뤄졌다.
다음 패럴림픽은 2024년 8월 29일부터 9월 9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이 대회 슬로건은 ‘함께 나누자(Venez partager)’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