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가 롯데건설을 꺾고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재건축 수주에 성공했다. 북가좌6구역은 총 사업비 4800억원 규모로 올 하반기 강북권 '최대어'로 거론됐다. 업계는 DL이앤씨가 북가좌6구역을 품는 데 성공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조합원들이 양 갈래로 쪼개진 데다가 향후 각종 소송 등 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진흑탕 싸움' 승리한 DL이앤씨
DL이앤씨는 29일 북가좌6구역 재건축 사업 시공권을 따냈다고 밝혔다.
북가좌6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은 전날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고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DL이앤씨는 북가좌6구역에 197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과 부대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단지명은 '아크로 드레브 372'다.
DL이앤씨 측은 "축구장 5개 크기의 초대형 중앙광장 및 이와 연계된 단지 내 프리미엄 조경, 세계적 거장들과의 협업으로 단지 경관 디자인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가좌6구역은 대규모 정비사업이 드문 요즘 대형건설사의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수주전에 뛰어든 DL이앤씨와 롯데건설은 막판까지 신경전을 벌였다. 보다 못한 서울 서대문구가 나서 신고센터 및 단속반을 운영할 정도였다. 서대문구는 시공자 선정 과정에 부정행위가 나타날 경우 시공자 선정 취소와 과징금 부과 조치도 시행할 수 있다며 양사를 압박했다.
롯데건설과 DL이앤씨는 최고급을 내세웠다. 롯데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을 제안했다. DL이앤씨는 북가좌6구역에 특화된 '드레브372'를 제안했다가 롯데건설이 하이앤드를 내세우자 '아크로 드레브 372를 꺼내들었다. 강북권 정비사업지에 대형 건설사의 최고급 브랜드가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롯데는 DL이앤씨가 기존 사업 제안서와 달리 '아크로' 브랜드를 적용한 것에 대해 입찰 조건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DL이앤씨는 입찰제안서에 아크로를 선택사항으로 넣었기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일부 조합원은 DL이앤씨의 뒤늦은 아크로 제안에 문제가 있다면서 시공사 선정총회를 연기하도록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이 가처분신청이 27일 기각해 총회가 예정대로 열렸다.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
DL이앤씨의 승리에도 북가좌6구역은 여전히 시끄럽다. 북가좌6구역 조합원들이 친DL이앤씨와 친롯데건설로 나뉘어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건설 지지 조합원들은 단순 시공사인 DL이앤씨가 입주부담금을 2년 유예해주고, 조합원 분양가를 60% 할인해준다는 내용이 불법 여지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토교통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건설업자 등은 입찰서 작성 시 이사비와 이주비 및 시공과 관련 없는 사항에 대한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제안을 해서는 안 된다.
일부 조합원들은 DL이앤씨가 아크로 브랜드를 늦게 추가하면서 향후 추가 사업비를 요구할 수도 있다면서 경계하고 있다. DL이앤씨 측은 가구당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비용 1000만원을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조합원들이 이미 공사비를 냈는데 마치 시공사가 별도로 챙겨주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각종 부동산 게시판과 조합원 전용 밴드에는 "DL이앤씨가 약속을 지킬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불법적 측면이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롯데건설의 반격도 관심이 쏠린다. 롯데건설은 DL이앤씨가 입찰에 참여한 후 조건을 바꾸자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어긋난다며 날을 세워왔다. 업계는 총회에서 패한 롯데건설이 향후 손해배상 소송을 벌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미 사업시행 대행사인 한국토지신탁은 롯데건설이 소송을 걸거나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조합 측에 전달한 바 있다.
반면 DL이앤씨는 불법적 측면은 없었으며 북가좌6구역 시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법원에서도 (아크로 사용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긴) 가처분을 기각했다. 서대문구청에서도 문제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우리가 제출한 제안서는 규정을 준수한 것으로 여러 로펌에서도 합법적이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가좌 6구역 시공사로서 신속한 사업추진으로 조합원 이익 극대화에 기여하고, 서울 서북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조성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